퓨처스(2군)리그의 '어벤저스'라 불리는 상무 야구단이 패했다. 그것도 1안타 영봉패로. 박치왕 상무 감독이 이런 경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SG 랜더스 2군은 지난달 26일 강화 SSG 퓨처스 필드에서 열린 2024 KBO 메디힐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상무에 3-0 승리를 거뒀다. 타선이 장단 9안타를 때려낸 반면, 마운드가 상무 타선을 1안타로 꽁꽁 묶으며 영봉승을 거뒀다.
일등공신은 4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낸 로에니스 엘리아스였다. 엘리아스는 이날 최고 149km/h의 공을 뿌리며 상무 타선을 압도했다. 54개(스트라이크 32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볼넷 1개에 삼진을 4개 잡아냈다.
2군 경기지만 동기부여는 확실했다. 복사근 부상에서 회복한 뒤 치른 두 번째 복귀전. 그의 투구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김재현 SSG 단장과 이숭용 감독 등 여러 구단 관계자들 앞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SSG는 부상 당한 엘리아스의 빈 자리를 6주 단기 대체 선수로 시라카와 케이쇼로 메우고 있었다. 시라카와의 활약이 나쁘지 않아 완전 영입도 고민하던 차였다. 엘리아스는 자신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반드시 건강하게 잘 던지는 모습을 구단에 보여줘야 했다.
그 결과 엘리아스는 2군 최강팀 상무 야구단을 상대로 1안타로 꽁꽁 묶으며 구단 고위 관계자들의 합격점을 받았다. 엘리아스 뒤로 나온 신헌민, 정동윤 등 '미국 단기 유학파' 투수들도 무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수호(2이닝) 이승훈(1이닝)도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구단 관계자들이 총출동한 만큼 이들에게도 상당한 동기부여가 됐다.
2군에서 보여준 '간절투' 덕분일까. 결국 엘리아스는 SSG의 선택을 받았다. SSG는 후반기 외국인 투수를 두고 시라카와와 엘리아스 사이에서 저울질했는데, 고민 끝에 '검증된 외인' 엘리아스를 택했다. SSG 구단은 왼손 투수의 이점과 풍부한 선발 경험 등 후반기 선발진 강화에 좀 더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엘리아스가 100% 합격점을 받은 것은 아니다. 엘리아스가 남으면서 SSG는 외국인 교체 카드 하나를 남겨뒀다. 돌아오는 엘리아스가 후반기 삐끗한다면 언제든 SSG는 교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엘리아스가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엘리아스는 3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1군 복귀전이자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2군에서 '간절투'를 선보였던 엘리아스가 1군 시험대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