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고척 스카이돔, 취재진이 평소 예정돼 있던 오후 5시에 염경엽 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LG 더그아웃 찾자 외국인 선수 오스틴 딘이 발걸음을 멈추고 감독석에 앉았다. 그러더니 "자신에게 질문을 하라"고 했다. 구단 관계자가 "곧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짖궃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질 않았다.
잠시 후, 염경엽 감독이 감독석을 방문했다. "나 대신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라"는 감독의 제안에 오스틴은 흔쾌히(?) 수락했다. 염경엽 감독도 재밌다는 듯 뒤에서 인터뷰를 지켜봤다.
올해 LG가 지난해와 같은 페이스를 보이지 못한다는 말에 "부상 선수가 많았고 이로 인해 팀이 잘 안 풀렸다"며 "최근 들어 우리 선수들이 좋아지고 있어서 작년 같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 점점 지난해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진지하게 답했다.
이어 '요즘 도루 시도하다가 아웃되는 경우가 잦다. 감독이 계속 뛰라는 사인을 주면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오스틴은 "저는 선수이고 감독님은 작전을 내는 입장이다. 벤치의 지시를 따라는 게 선수의 소명이고 역할"이라고 했다.
지난해 도루 7개를 기록했던 오스틴은 올 시즌 벌써 11도루를 올렸다. 다만 최근 10경기에서 도루 실패가 4회나 된다.
오스틴은 "뛰는 유형이 아닌데 얼떨결에 11개의 도루를 해서 저도 놀랍다"고 웃었다.
염 감독이 "내 목표는 오스틴이 20(홈런)-20(도루) 하는 것"이라며 "오스틴의 가치를 높여주고 싶다"고 했다. 오스틴은 현재 17홈런을 기록, 20홈런 달성은 무난해 보인다. 도루 9개를 추가하면 20-20이 가능하다. 오스틴은 "감독님과 20-20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오스틴이 떠난 후 감독석을 찾은 염 감독은 "오스틴이 전반기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후반기에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스틴은 이날 인터뷰에서 올스타전 홈런더비에 대해 "지난해 올스타전이 열렸던 부산 사직구장에선 펜스가 높아 1개밖에 치지 못했지만, 올해 SSG랜더스필드에선 1개보다는 더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쌈장 사랑'을 밝혔던 그는 최근 집 근처 자주 방문하는 음식점에서 쌈짱을 선물받았다는 에피소드까지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