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사람들이 없다고 해서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팬분들께서 불러주시는 별명으로 준비하긴 했어요."
SSG 랜더스 이승민(19)에게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낯선 행사가 아니다. 프로 선수로는 1년 차지만, 아버지 이병규 삼성 라이온즈 수석 코치를 따라 나들이를 나선 기억이 있어서다. 이 코치는 선수 시절 LG 트윈스의 간판 스타로 활약했다. 이 코치는 신인이던 1997년을 시작으로 11차례나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2011년엔 올스타 최우수선수(MVP)도 수상했다. 아버지가 미스터 올스타였을 때 이승민은 6살에 불과했지만, 그해부터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된 아버지를 따라 축제의 공기는 마음껏 맛봤다.
시간이 지나 이승민도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SSG에 2라운드 20순위로 지명된 이승민은 올해 퓨처스에서 전반기를 보냈다. 38경기 타율 0.318 1홈런 9타점 7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35로 준수한 성적표를 남겼다. 단순히 '스타 선수 2세'라서가 아니라 자신의 성적으로 퓨처스 올스타에 올랐다.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KBO 퓨처스 올스타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이승민은 "신인 첫 해인데, 퓨처스 올스타에 뽑혀 영광이다. 정말 기분 좋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처음 선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좋다, 재밌겠다' 정도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실감나고, 더 재밌겠다 싶었다. TV로 중계되는 경기니 팬들께 더 좋은 뫃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했다.
이승민은 아버지와 찾은 올스타전을 추억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을 많이 갔다"며 "올스타전은 잠실에서 했을 때(2011년) 대전에서 했을 때(2012년) 따라갔다. 정말 어렸을 때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항상 직접 뛰다 아들을 보내게 된 이병규 코치의 기분은 어떨까. 이승민은 "아버지께서는 그저 다치지 말고 재밌게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다"며 "아버지가 지켜본다니 기분 좋은 것도 있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올스타전 MVP를 받고, 나중에 1군 올스타에 가서도 MVP를 받으면 좋겠다"고 밝게 웃었다.
1군을 향한 동기부여가 강하다. 이승민은 "아버지 따라 라커룸도 들어가보긴 했는데, 잠실구장 정도다. (1군 홈구장인) 인천 라커룸에 들어와 본 건 처음이다. 야구장도 좋고 시설도 좋다. '여기서 야구하면 엄청 재밌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2군에서는 자신 있게 플레이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좋지 않은 것보다는 좋은 걸 더 먼저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멘털뿐 아니라 기술적인 각오도 있다. 그는 "프로는 확실히 힘이 다른 것 같다.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퓨처스 올스타는 축제의 장이지만, 여러 미래 스타를 낳은 '산실'이기도 하다.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 MVP 김범석(LG 트윈스) 2022년 MVP 나승엽(롯데 자이언츠) 등 최근 수상자들도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승민은 "선배들을 보면 큰 무대에서 잘하는 강심장이셨기에 (1군과 퓨처스 모두) 좋은 활약을 한 것 같다. 나도 큰 무대에서 떠는 성격은 아니다. MVP를 한 번 노려보겠다"고 전했다.
나름의 세리머니도 준비했다. 이승민은 "준비한 사람들이 없다고 해서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라고 하면서도 "팬분들께서 불러주시는 별명으로 준비하긴 했다"고 웃었다. 이승민의 별명은 아버지의 '적토마'를 딴 '적토망아지'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