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진출했다.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를 구해낸 건 수문장 조던 픽퍼드(에버턴)였는데, 선방의 비결은 물병에 미리 적어둔 ‘커닝페이퍼’였다.
픽퍼드는 7일(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24 8강전 스위스전 승부차기에서 스위스의 1번 키커 마누엘 아칸지(맨체스터 시티)의 킥을 쳐냈다. 1번 키커부터 균형이 깨진 두 팀의 승부차기는 결국 잉글랜드의 5-3 승리로 막을 내렸다. 픽퍼드의 첫 번째 키커 선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후 픽퍼드의 승부차기 선방 비결이 공개됐다. 그가 가지고 있는 물병에 스위스 대표팀 선수들의 키커 별로 취해야 할 액션들을 미리 적어둔 것이다. 아칸지의 경우 ‘왼쪽으로 다이빙’으로 적혀 있었다. 실제 픽퍼드는 물병에 적힌 대로 왼쪽으로 다이빙해 아칸지의 킥을 선방했다.
픽퍼드는 두 번째 키커였던 파비안 셰어(뉴캐슬 유나이티드)의 킥 순간에만 물병에 적힌 지시와는 반대로 오른쪽으로 다이빙했을 뿐, 나머지 키커들은 모두 물병에 적힌 대로 따랐다. 결과적으로 추가 선방이 나오진 않았으나, 이미 아칸지의 첫 번째 킥을 선방한 덕분에 결국 잉글랜드는 유로 2024 4강 무대에 올랐다.
픽퍼드는 지난 2021년 유로 2020 결승전 이탈리아전 승부차기에서도 2개의 선방을 기록했지만 팀에서 3명이나 실축하는 바람에 우승과 인연이 닿지 못했다. 앞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콜롬비아전 승부차기 역시도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의 8강 진출을 이끌었고, 이듬해 스위스와의 UEFA 네이션스리그 3위 결정전에서도 승부차기 선방을 기록하는 등 유독 승부차기 상황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한 바 있다.
픽퍼드의 선방 속 잉글랜드는 스위스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지난 유로 2020에 이어 두 대회 연속 4강에 진출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고도 경기력이 좋지 못해 비판을 받으면서도 기어코 4강 무대까지는 밟았다. 결승 진출을 놓고 다툴 상대는 네덜란드로, 오는 11일 오전 4시 독일 도르트문트의 BVB 슈타디온 도르트문트에서 열린다. 만약 잉글랜드가 두 대회 연속 유로 결승에 오르면 스페인-독일전 승리팀과 우승을 놓고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