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HD 팬들이 또 분노하고 있다. 앞서 문수축구경기장 내 유스호스텔 건립 논란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경기장 내 뜬금없는 ‘빨간색 좌석’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빨간색은 울산 구단 상징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뿐더러 심지어 ‘동해안 더비’ 라이벌 구단인 포항 스틸러스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적 연관성 의혹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7일 울산 구단 등에 따르면 최근 울산시설공단은 문수축구경기장 3층 좌석 리모델링과 관련해 세 가지 안을 구단에 통보했다. 이 가운데 1안은 노후화된 3층 좌석을 교체하면서 그러데이션 방식으로 빨간색을 넣겠다는 내용이다. 울산 구단의 상징색과는 전혀 무관한 색인 건 물론이고, 심지어 라이벌 구단의 상징색이다 보니 황당하다는 팬들의 비판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문수축구경기장의 1층과 2층 좌석은 구단 상징색인 파란색이다.
팬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청 자유게시판에도 이미 항의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팬은 “버젓이 파란색 역사를 가지고 있는 팀인데 출정식부터 빨간색을 끼워 넣기 하더니 구장에 빨간 의자까지 놔두려고 욕심을 부리느냐”고 비판했고, 다른 팬도 “홈경기장에 빨간색으로 일부분이 칠해지면 라이벌 포항의 색깔과 겹치게 된다. 정말 치욕스러워하고, 실망스러워하는 팬들의 모습을 결코 보고 싶은 것인가”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 울산 팬도 본지를 통해 “3층 관람석을 라이벌 팀인 포항의 대표색인 빨간색으로 변경한다는 말이 나와 팬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급기야 정치적인 연관성으로까지 해석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경기장에 특정 정당의 색을 입히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다. 한 팬은 “시장님의 정당이 국민의힘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정당의 아이덴티티도 빨간색인 걸 잘 안다. (더불어)민주당이 파란색이어서 거슬릴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의힘의 아이덴티티도 울산시민들에게 지지받고 존중받듯이, 울산의 40년 역사의 아이덴티티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울산 팬들에게 파란색은 상징이고 자존심”이라고 했다.
구단 측도 이미 지난 5일 울산시, 공단 관계자들과 만나 팬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상태다. 다른 안에는 이미 구단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3층 관중석도 채우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구단은 울산시나 공단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울산 팬들은 울산시가 경기장 3층 관중석을 최소 5000석 철거한 뒤, 1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유스호스텔 건립 사업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에 거세게 반발한 바 있다. 나아가 이번엔 뜬금없는 빨간색 관중석 논란이 불거지면서, 울산시 행정에 대한 분노가 다시 들끓어 오르게 됐다.
한편 올해 K리그에서 ‘색상 논란’이 불거진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K리그2 충남아산 구단은 상징색인 파란색을 활용하던 홈 유니폼을 돌연 빨간색으로 바꿨다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구단 측은 정치적 연관성에 선을 그었으나, 유니폼 색상을 변경하는 건 전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데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충남아산은 최근에도 종종 빨간색 유니폼을 입고 홈경기를 치르는데, 정작 서포터스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부조화'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