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는 유독 침울한 올스타 휴식기를 치렀다. 홈에서 열린 전반기 마지막 3연전(KIA 타이거즈전)을 모두 패해 5연패에 빠졌고, 설상가상 5일 열린 퓨처스(2군) 올스타전 도중엔 1군 코칭 스태프들이 대거 교체되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올스타전 휴식기는 나흘뿐, 이번 올스타전에 가장 많은 선수를 내보낸 삼성 선수들(10명)은 5시간 이상의 이동(편도)까지 제대로 쉬지 못하고 후반기를 시작해야 했다.
이 중 코칭 스태프 교체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삼성은 5일 오후 무려 8명의 코치 이동을 발표했다. 이병규 수석 코치가 퓨처스(2군) 감독으로 내려갔고, 정민태 투수 코치와 이정식 배터리 코치도 퓨처스 팀으로 이동했다. 권오준 불펜코치도 재활군으로 내려갔다. 이진영 타격코치는 보조 타격코치로 역할을 변경했다. 반면, 정대현 퓨처스 감독이 1군 수석 코치 겸 투수 코치로 승격했고, 타치바나 요시이에 3군 코치가 1군 타격 코치로, 강영식, 채상병 2군 코치는 각각 1군 불펜 코치와 배터리 코치로 발령됐다. 사실상 박진만 감독을 제외한 메인 코치들이 물갈이됐다.
구단 내부에서도 눈치 채지 못한 고위층의 결정으로 알려졌다. 해당 코치들은 물론 박진만 감독도 당일(5일) 통보를 받았다. 박진만 감독의 최종 동의로 이뤄진 인사였지만, 본인이 데려온 코치(이병규 수석코치, 정민태 코치)들이 대거 2군으로 내려가면서 다소 갑갑한 상황이 됐다. 박진만 감독은 구단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사"라며 말을 아꼈다. 이종열 단장은 올스타전 휴식기 시작과 함께 코치진을 개편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현재 삼성은 4위에 올라있다. 85승 39패 2무 승률 0.530을 기록 중이다. 세부 지표도 나쁘지 않다. 삼성의 올해 팀 투수 평균자책점(ERA)은 4.49로 리그 3위. 선발진 ERA 4.18(2위)에 구원진은 다소 주춤하며 4.95(6위)를 기록 중이지만, 지난해(선발 4.26, 구원 5.16)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성적이다. 팀 타율은 지난해 0.263보다 낮아졌지만(0.260), 홈런 갯수(91개)는 이미 지난해(88개)를 넘어섰다. 다만 전반기 막판 부진에 연패가 많았다는 점이 코치진 개편 결단으로 이어졌다.
선수들의 반응은 어떨까. "많이 놀랐다"는 원태인은 "정민태 투수코치님이 캠프 때부터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시즌 중에 부침을 겪었을 때 자신감을 심어주셨다"라고 말했다. '주장' 구자욱 역시 "이병규 (수석)코치님 덕분에 더그아웃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코치 보직 변경 후에) '미안하다'고 연락을 주셨다. 1군에 계셨던 코치님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코치진 변경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장의 말대로, 코치 선임은 선수의 영역이 아니다. 구자욱은 "새롭게 오는 코치님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다시 코치님들과 잘해보겠다"라고 전했다. 원태인 역시 "(새 코치님들과) 후반기에 다시 잘해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최고참' 오승환 역시 "선수들이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선수들은 선수들이 해야할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라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결국 성적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오승환은 "(전반기 막판 부진으로)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올스타전 휴식기 때 생각을 잘 정리해서 후반기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구자욱 역시 "전반기 막판 역전패·연패를 당하다보니 분위기가 안 좋다. 하지만 전반기를 이렇게 좋은 성적으로 거뒀다는 것만으로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잘 챙겨서 후반기에도 파이팅 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