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석환은 전반기 마지막 일정인 지난 4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터뜨렸다. 데뷔 첫 전반기 달성이자 2021년 두산 이적 후 4년 연속 이룬 20홈런 기록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4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낸 건 타이론 우즈와 오재일에 이어 양석환이 역대 세 번째다. 양석환은 4일 승리 후 "기록을 달성해 기분 좋다. 무엇보다도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타자로서 자부심이 느껴지는 기록"이라고 했다.
주장 완장을 찼던 올 시즌, 성적에선 기복이 심했다. 4월 19일까지 타율이 0.198에 불과했고, 이후 잠시 반등했으나 5월 월간 타율도 0.190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반기 막판 페이스가 뜨겁다. 최근 10경기 타율 0.361 11타점을 찍으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3일 롯데전에서 만루홈런을 포함해 4안타 6타점을 터뜨렸다. 수비에선 상대 번트 안타 때 주자를 속였다가 잡아내는 재치도 선보였다. 6점을 먼저 내주고 시작했던 두산의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주장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는 중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따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감사를 전할 정도다. 그라운드 밖에선 장난스럽고, 경기장에선 진중한 '호랑이' 역할을 하는 양석환은 후배들을 챙기는 일도 잊지 않는다. 신인 전다민은 "사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선배들 앞에서 얼어있는 편인데, 석환이 형이 정말 잘 챙겨주신다"고 전했다.
양석환은 전반기를 마친 후 개인 성적 대신 선수단 전체의 분전을 말했다. 양석환은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기쁘다. 전반기 동안 선수단 모두가 정말 잘해줘서 주장으로서 고맙다"며 "특히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컸다. 후반기에는 형들이 힘내서 투수들을 덜 힘들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양석환은 지난 3일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께서 5월에 쓰러지셨다. 지금도 병원에 계신다. (성적이 부진한데) 그런 일까지 생기니 기분 자체가 올라오지 않았다"고 뒤늦게 털어놨다. 하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이승엽 감독조차 "인터뷰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할 정도였다. 이 감독은 "석환이가 힘들 텐데, 선수단이 그 마음을 같이 하고, 아버님께서 쾌차하실 수 있게 격려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석환이 전반기 기록한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0.816은 시즌 커리어하이(2021년 0.827)에 근접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대형 계약(4+2년 최대 78억원)을 맺어 '오버 페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성적으로 씻고 있다. 전반기 첫 20홈런을 기록한 만큼 2021년 개인 최고 기록(28홈런) 경신도 기대해 볼 만하다. 양석환은 "안주하지 않겠다. 목표로 잡고 있는 30홈런을 달성해 보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