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선(42) 한남대 감독은 대학무대 최초 역사를 쓰고도 인터뷰 내내 “속상하다”는 말을 여덟 차례나 뱉었다.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서다.
박규선 감독이 지휘하는 한남대는 15일 오후 3시 강원 태백시 태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9회 1·2학년대학축구연맹전 백두대간기 결승에서 호원대를 2-0으로 꺾었다.
한남대는 이 대회가 시작된 2004년 이래 최초로 3연패의 영예를 누렸다. 지난해 열린 5개 전국대회에서 대학축구 역사상 최초 ‘4관왕’을 달성한 한남대는 또 한 번 대학 무대 최강임을 입증했다.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한 공격 축구를 구사한 한남대는 이번 대회 6경기에서 24득점 3실점이라는 괄목할 만한 기록도 남겼다.
박규선 감독은 우승을 차지한 후에도 마냥 웃지 않았다. 그는 “우승은 좋은데 경기를 너무 못한 것 같아서 많이 속상하다. 이번 대회는 아이들이 좋은 성적 낸 것에 만족하고 가서 빨리 안 된 부분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남대는 결승전에서도 큰 위기 없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그러나 박규선 감독은 “아이들이 그 포지션에서 해야 할 역할들을 겁먹고 안 하더라. 실수하고 골을 먹혀도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실수할까 봐 도망 다니고 해야 할 역할을 안 해준 게 가장 속상하다”고 한탄했다.
대업을 이루고도 웃지 않는 모습이 이정효 광주FC 감독과 빼닮았다. 볼과 공간을 점유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축구 스타일도 큰 틀에서 닮았다. 승리만큼 제자들의 성장을 중요시하는 것도 그렇다.
박규선 감독은 이정효 감독과 비교에 “정말 영광이다. 이정효 감독님도 한국축구 발전을 위해서 K리그에서 멋진 경기를 하지 않는가. 각자 위치에서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할 수 있게끔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비교는)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거듭 속상하다고 한 박규선 감독은 “우리가 작년에 4관왕으로 이슈가 돼서 너무 좋았는데 올해도 욕심이 되게 컸다. 선수들한테 부담을 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계속 과정을 중시하면 결과는 온다고 했다. 과정이 조금 미흡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부담을 덜어서 그런지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고 짚었다.
이틀 간격으로 경기를 치렀지만, 한남대 선수들은 결승전 후반 막판까지 호원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박규선 감독은 “우리는 체력 훈련을 따로 안 한다. 볼 가지고 좀 힘든 훈련을 한다. (실전에서) 힘들어도 볼과 관련된 상황에서 뛸 수 있게끔 훈련을 많이 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박규선 감독 축구의 콘셉트는 ‘빌드업’이다. 박 감독은 “빌드업을 잘해서 정말 재미있고 관중들이 다 볼 수 있는 그런 팀을 만들고 싶은데,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좀 속상하다”고 했다.
선수들의 발전을 강조한 박규선 감독은 인터뷰 말미에도 “이겼지만, 너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