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부담도 있지만 격투기라는 운동은 부상을 조심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상에서 회복해 경기에 다시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최두호는 한때 UFC를 대표하는 차세대 슈퍼스타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2014년 11월 UFC 데뷔전에서 후안 푸이그를 1라운드 18초 만에 꺾은 이후 3연속 1라운드 KO승을 거두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팬들도 ‘코리안 슈퍼보이가 누구냐’라며 열광했다. 심지어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최두호를 ‘슈퍼스타’ 코너 맥그리거와 비교하며 극찬했을 정도다.
최두호는 2016년 12월 UFC 206에서 컵 스완슨에게 판정패해 3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팬들은 결과와 상관없이 최두호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5분 3라운드 내내 스완슨과 펼쳤던 명승부는 2016년 ‘올해의 경기’에 선정됐고 훗날 U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하지만 이후 최두호의 선수 인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스완슨전을 앞두고 ‘원추각막’이라는 희귀병이 찾아온 사실을 알았다. 각막에 이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는 병이다. 상대를 보고 때려야 하는 격투기 선수에게 있어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설상가상으로 군 문제까지 발목을 잡았다.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기로 출국이 제한됐다. 해외 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수로서 커리어는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2019년 부산에서 열린 대회에선 찰스 주르댕에게 2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잘 싸우던 최두호가 갑자기 2라운드에 무너지자 사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1라운드 경기 도중 입은 팔 골절상 때문이었다. 통증 때문에 왼쪽 팔을 사용할 수 없었다. 참고 계속 경기를 이어갔지만 방어가 안됐다. 그렇게 최두호는 연패 늪에 빠졌다.
최두호는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던 군 문제 이슈를 해결한 뒤 2023년 2월 옥타곤에 돌아왔다. 부산 대회 이후 무려 3년 2개월 만에 가진 경기였다. 카일 넬슨을 상대로 유리한 싸움을 펼쳤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국내 팬들은 물론 현지언론조차 “최두호가 억울하게 승리를 도둑맞았다”고 지적했다. 화이트 대표도 “최두호가 이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승리 수당도 챙겨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다시 공백기가 찾아왔다. 아내가 출산하는 등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릎 수술이었다. 지난해 11월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반월판이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수술은 잘 마쳤지만 복귀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최두호가 다시 옥타곤에 오른다. 1년 5개월 만이다. 오는 2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에 출전해 빌 알지오(미국)와 싸운다. 마지막 승리가 2017년 6월 티아고 타바레스(브라질)전이었다. 누구보다 승리가 간절한 최두호다.
어떤 이들은 ‘최두호의 좋은 시절이 다 지났다’고 말한다. 그 말에는 계속된 불운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다. 하지만 최두호는 단호하게 말한다.
“ 지금까지 15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해왔는데 15년 중 지금이 가장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150% 자신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 경기에서 아깝게 승리를 놓쳤지만 저 스스로 만족했고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더 강해진 저의 모습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최두호는 정찬성과 함께 하면서 파이터로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한다.
그는 “(정)찬성이 형이 트레이닝은 물론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준비해주고 도와주고 있습니다. 저의 전성기가 20대 중반이었다고 말씀해주시는데 타격 테크닉이나 레슬링, 경기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지금이 훨씬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만약 20대 중반의 저와 맞붙는다면 100% 이긴다고 자신합니다”
최두호는 올해 1월 스토리제이컴퍼니와 연예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플레이어2:꾼들의 전쟁‘에 출연해 화끈한 액션 연기를 펼치기도 했다. 물론 당장은 연예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마음은 없다. 격투기 선수 생활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사실 그전부터 배우의 삶을 부러워하기도 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연하게 드라마에 참여하게 됐는데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고 그냥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경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경기에 지장을 준다면 배우 활동은 할 생각은 없습니다”
프로선수 15년 차이지만 여전히 신인의 마음이라고 한다. 다시 처음부터 도전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설레면서도 동시에 긴장도 된다.
“저는 늘 언더독이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것 같습니다. 15년 격투기 선수 인생에서 지금이 전성기인 동시에, 가장 간절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구요. 지금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