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에서 7-8로 져 7연패에 빠졌다. 이날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는 1만 2000석은 매진됐다. 올 시즌에만 36번째 만원 관중을 기록하며 1995년 삼성 라이온즈와 같은 단일 시즌 타이기록을 세웠다. 신기록 달성은 시간문제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좌석 수가 적은 걸 고려해도 '역대급 흥행'이다. 한화는 지난해 홈 73경기에서 56만 6785명(평균 7764명)을 모았는데, 올해는 22일 기준 불과 50경기 만에 그에 근접한 56만 3560명(평균 1만 1271명)을 기록했다. 류현진 캐릭터 유니폼, 핑크 에디션 유니폼 등 각종 굿즈는 출시 즉시 매진된다. 팬들의 한화 사랑은 으뜸이다.
그러나 경기력은 '최저'에 가깝다. 21일 한화는 6회 말 이도윤의 적시타와 김인환의 스리런 홈런으로 7-5 리드를 잡았다. 7회와 8회 말 등판한 필승조 불펜 투수들도 실점하지 않았다.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화는 9회 초 역전을 허용했다. 4회 실책 2개로 두 점을 주더니 9회엔 주현상이 역전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앞선 타자 최원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줘 주자를 쌓은 게 화근이었다.
한화는 후반기에 2승 9패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38승 2무 53패(승률 0.418)로 키움 히어로즈와 공동 9위로 떨어졌다. 키움은 지난해도 10위로 한화(9위)와 비슷한 전력이었다. 지난겨울 한화는 안치홍, 류현진을 영입했다. 반면 키움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MLB)로 떠났고, 에이스 안우진이 입대했다. 전력 보강 없는 키움과 동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한화의 참혹한 현실을 알 수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이 와서도 마찬가지다. 6월 3일 김 감독 부임 직후는 3연승을 달렸다. 그러나 범위를 첫 한 달로 넓히면 26경기 12승 1무 13패에 그쳤다.
2024년 7월 기준, 한화는 다시 무색무취한 팀으로 돌아왔다. 거액을 들인 선수 중 제 역할을 하는 건 평균자책점 7위(3.76) 류현진 정도다. 장타율을 보면 채은성(0.396)과 안치홍(0.417)은 중심타선을 맡기에 부족하다.
한화의 미래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지난해 홈런·타점왕이었던 노시환의 wRC+(조정 득점 생산력)는 리그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98.1(스포츠투아이 기준)에 불과하다. 신인왕 문동주는 평균자책점 6.32 피안타율 0.351로 심한 성장통을 앓고 있다.
21일 중계를 맡았던 이동현 SPOTV 해설위원은 "한화의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 색깔이 선수단에 입혀지려면 시간이 걸린다"라며 "투수진 완성도가 우선이다. 외국인 투수와 젊은 선수들이 2~3년 안정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야 한다. 불펜진도 매년 10홀드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가 3명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동현 위원은 "올해 초반에는 선발진 붕괴와 부상 영향이 컸다. 김경문 감독 체제 이후엔 작전 수행 능력, 세밀한 플레이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덧붙였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건 한화에서 아주 오래된 스토리다. 한화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패배의 명분이 있었다. 전면 리빌딩을 내세운 한화는 '육성'이라는 정체성만큼은 확실히 지켰다.
2024년 한화는 또 최하위다. 이번엔 미래도 불투명하다. 샐러리캡(팀 연봉 총액 상한제)은 채웠는데도 성적은 똑같다. 유망주 육성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돈을 썼으니 다시 리빌딩으로 기조를 바꾸기도 어렵다.
올 시즌을 준비하며 한화는 우승에 도전하는 '윈나우(win-now)'의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성적을 보면 '탱킹(tanking, 하위 팀이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을 얻기 위해 고의로 지는 전략)'하는 팀에 가깝다. 변화가 없다면 반등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