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삼성 라이온즈에 시원한 홈런이 찾아왔다. 22일 기준 삼성이 후반기에 그려낸 아치만 20개. 경기를 뒤집는 시원한 홈런으로 무더위를 나고 있다.
하지만 더 반가운 게 있다. 완전체가 된 '굴비즈'다. 김지찬(23) 김현준(22) 이재현(21)으로 구성된 굴비즈에게 시원한 홈런은 없다. 하지만 더 많은 점수를 내는, 더 시원한 홈런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있다. 날카로운 안타와 선구안, 주루 플레이로 누상에 나가 후속 타자들에게 홈런 기회를 넘겨주는 숨은 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뛰어난 활약과 빼어난 외모, 팬서비스까지 갖춘 세 선수는 ‘굴비즈’라는 애칭으로 삼성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평소에도 ‘굴비처럼’ 줄줄이 붙어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붙여진 별명. 전반기까지는 이재현의 부상과 김현준의 부진으로 완전체의 모습을 잘 볼 수 없었지만, 지난 중순 김현준이 1군에 올라오면서 '완전체'가 됐다.
완전체가 된 세 선수는 후반기에 펄펄 날고 있다.
리드오프 김지찬은 22일 기준 후반기 10경기에 나와 타율 0.450(20타수 9안타)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9차례 타석에 들어서 볼넷만 8개를 골라 나갔다. 출루율은 0.607로 리그 최상위권(2위)이다.
빠른 발과 주루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0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루까지 진루한 김지찬은 동료 주자가 1~2루 사이에서 런다운이 걸린 사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수비들을 현혹해 수비 실책을 끌어냈다. 협살에 나선 야수가 김지찬의 홈 쇄도를 신경 쓰다 악송구를 던졌고, 김지찬이 홈을 밟으며 삼성의 21-4 대승을 견인했다.
이재현은 굴비즈 세 선수 중 후반기 홈런과 그로 인한 득점에 가장 많이 기여한 선수다. 후반기 홈런을 두 차례 때려냈고, 동료 선수들의 홈런에 세 번이나 홈을 밟았다. 이재현의 타율 0.258(31타수 8안타)은 높지 않다. 하지만 12타점으로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점수를 올리는 등 순도 높은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다.
이재현은 지난 21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3-4로 끌려가던 8회, 결정적인 수비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9회 말 선두타자 타석에서 볼넷을 걸러나가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냈고, 직후 나온 루벤 카데나스의 끝내기 역전 2점포에 기여하면서 숨을 골랐다.
전반기 32경기에서 타율 0.154(78타수 12안타)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린 김현준은 지난 18일 뒤늦게 올라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4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타율 0.417(12타수 5안타) 5득점. 지난 20일 롯데전에선 5타수 4안타 3득점하며 팀의 대승을 견인했다. 아울러 21일 롯데전에선 탄탄한 중견수 수비와 강견으로 외야를 지키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화끈한 홈런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굴비즈가 빠른 발과 날카로운 타격으로 뒤를 받쳐준 덕분에 홈런의 가치와 순도도 더 높아졌다. 삼성 팬덤 내부에서도 인기 많은 세 선수의 부활 찬가가 후반기 삼성의 성적과 인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