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무대에 나선 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10연패 대업을 달성했다. 중국과의 치열한 결승전 무대, 10발 중 무려 6발을 10점 과녁에 명중시킨 맏언니이자 리더 전훈영(30·인천시청)의 활약은 그래서 더 값졌다.
전훈영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임시현(한국체대) 남수현(순천시청)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번 여자 대표팀의 금메달로 한국 여자 양궁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무려 10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의 대업을 달성했다.
정상으로 향하는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이날 중국과 결승에서 마주한 한국은 1, 2세트를 따내며 세트 포인트 4점을 먼저 쌓고도 3, 4세트를 잇따라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 그러나 슛오프에서 29-27로 승리하며 극적으로 정상에 우뚝 섰다. 올림픽 10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금메달이 걸린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가장 빛난 건 단연 전훈영이었다. 이날 전훈영이 결승 무대에서 쏜 화살 9발 중 무려 6발은 10점 과녁을 적중시켰다. 남은 3발도 9점이 2발, 8점이 1발이었다. 임시현과 남수현의 결승 흐름이 좋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훈영이 선보인 결승 투혼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대만과의 앞선 8강 흐름이 워낙 안 좋았다는 점을 돌아보면 4강과 결승을 거치면서 완전히 살아난 기세는 더욱 반가웠다. 실제 전훈영은 대만과의 8강전에서 8개의 화살 중 단 1개 만을 10점에 맞혔다. 절반인 4개는 8점, 1개는 7점에 그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와의 4강전에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중요한 결승 무대에서 압도적인 집중력을 자랑하며 두 동생들을 이끌었다.
전훈영은 경기 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너무나 힘들었다. 10연패 도전이라는 게 너무 부담이 됐고, 메이저 대회는 처음이다 보니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우승이 확정된 순간 눈물이 났는데, 또 너무 행복하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10연패에 도전하는 데 피해만 끼치지 않으려고 더 준비하고 훈련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주변의 우려는) 나라도 됐을 것 같다. 팬들이 못 보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정한 과정을 거쳐서 선발된 거다. 내가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버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훈영은 “8강전부터 자신감이 있었다. 이상하게 조준기가 안 맞았는데, 조준기를 맞춘 이후엔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쐈다”며 “단체전 10연패를 가장 큰 목표로 생각하고 왔다. 이제 목표를 이룬 만큼 개인전에서는 더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