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대~한민국’ 응원 구호가 울려 퍼졌다.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에 도전하는 양궁 여자 대표팀을 응원하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응원 목소리는 경기장 안이 아닌 밖에서 울려 퍼졌다. 대한체육회가 파리 국제회의장인 3층짜리 건물 메종 드 라시미를 통째로 빌려 운영 중인 코리아하우스에서다.
28일(한국시간) 중국과의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 시간이 다가오자,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코리아하우스 내 정원에는 교민이나 여행객, 현지인 등 100명이 훌쩍 넘는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양궁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월드컵 거리 응원처럼 참가자들 일부는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있거나, 태극기를 흔들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태극기 페이스 페인팅을 한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나오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빠르게 달아올랐다.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는 참석자들도 함께 숨을 죽였고, 결과가 나올 때면 환호나 탄식이 현장을 메웠다. 한국 선수가 10점을 쏘거나, 중국 선수의 점수가 안 좋을 때는 어김없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스코어 등 상황을 중계하는 사회자가 있긴 했지만,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대~한민국’ 등 응원구호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누군가가 시작하는 응원구호는 금세 현장에 퍼져나갔고, 일부 참석한 외국인들도 신기한 듯 이 광경을 지켜봤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경쾌한 응원가도 나오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한국이 아닌 파리라는 점에서 더욱 생소한 광경이기도 했다.
금메달이 결정되는 슛오프 순간엔 현장 분위기도 극에 달했다. 양 팀 선수들의 화살 한 발, 한 발에 관중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양 팀이 모든 화살을 쏘고 난 직후 전광판에 중국의 승리가 표기되자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정밀 판독을 거쳐 한국의 점수가 정정되고,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되자 현장에선 환호와 박수가 가득 메웠다. 대형 전광판에 비친 양궁 대표팀 선수들이나 관중들처럼, 단체 응원 현장에서도 두 팔을 번쩍 들거나 주위 사람들과 포옹하며 기뻐하는 참석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행차 한국에서 파리를 찾았다는 A씨 일행은 “양궁장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 알아보다 이곳에 찾아오게 됐다. 진짜 경기장에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근처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했다는 게 기쁘다. 선수들도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코리아하우스 관계자는 “주요 경기가 있을 때마다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