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구가 JTBC 수목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를 통해 여심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와 로맨틱 코미디가 만나니 ‘사랑의 ASMR이 따로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기에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리게 하는 ‘눈빛’은 덤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31일 “‘놀아주는 여자’는 엄태구의 멜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며 “뒤로 갈수록 로맨스가 무르익으면서 화제성도 덩달아 높아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배우 개인에게는 멜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터닝포인트 같은 작품이 된 것 같다”고 짚었다.
1일 종영하는 ‘놀아주는 여자’는 어두운 과거를 청산한 큰 형님 서지환(엄태구)이 아이들과 놀아주는 키즈 크리에이터 고은하(한선화)를 만나며 벌어지는 로맨스를 그렸다.
극중 서지환은 전국 최대 폭력조직 ‘불독파’ 보스의 외아들이지만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육가공업체 목마른사슴을 설립했다. 이후 전과자들을 목마른사슴에서 일하게 하며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할 수 있게 돕는다. 그러다 서지환은 한 어린이 행사장에서 고은하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는데, 바로 이 멜로 연기에서 엄태구의 잠재된 매력이 폭발했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좋아하는 고은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완급 조절로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특히 거친 삶을 살아 온 서지환이지만 의외의 순진함이 드러나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3회에서 사이다인 줄 알고 소주를 들이켜 잔뜩 취한 서지환이 놀이터에서 아이처럼 애교를 부리거나, 키즈 크리에이터 활동을 중단한 고은하에게 “(당신의 영상을)내가 보고싶다”며 은근히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 등이다.
또 5회 말미에 술에 취한 고은하가 실수로 입을 맞추는 장면에서 엄태구는 36년째 모태솔로인 캐릭터를 어쩔줄 몰라 고장 난 모습으로 실감 나게 연기했다. 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인 13회에서 서지환이 고은하의 머리를 묶어주는 장면은 로맨틱한 남주의 전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 팬들은 “엄태구 멜로 연기의 절정”, “허스키 보이스가 핸디캡이었는데 멜로와 만나니 사랑의 ASMR이 되더라” 등 열광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놀아주는 여자’를 선보이기 전 엄태구에게 로맨스가 어울릴까 의구심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2000년대 초부터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엄태구는 영화 ‘기담’(2007),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2013), ‘차이나타운’(2015), ‘베테랑’(2015), ‘밀정’(2016), ‘가려진 시간’(2016) 등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특히 주로 액션, 스릴러, 누아르 장르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줘 장르물에 어울리는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으로 엄태구는 이런 선입견을 보기 좋게 꺾으며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임을 증명해 냈다.
엄태구의 인기는 수치로도 나타났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펀덱스(FU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엄태구는 드라마/비드라마 전체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지난달 9일 1위에 진입한 이래로 4주 연속 정상을 지키고 있다. ‘놀아주는 여자’는 최고 시청률은 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앞서 종영한 tvN ‘선재 업고 튀어’가 그랬듯이 화제성은 시청률로 가늠이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정 평론가는 “요즘 로맨틱 코미디는 사실 큰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장르라고 보긴 어려운데 ‘놀아주는 여자’는 화제성이 매우 높았다. 이런 배경에는 엄태구라는 배우가 가진 새로운 면모들이 로코 장르와 만나면서 시청자들에게 새로움과 신선함을 준 부분이 분명히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