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유력 우승 후보 김우진(32·청주시청)과 첫판에서 만난 선수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우진은 지난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대회 양궁 남자 개인전 64강전에서 차드의 이스라엘 마다예(36)를 6-0(29-26, 29-15, 30-25)으로 완파하고 개인전 첫발을 가볍게 뗐다.
차드는 과거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로, 이번 파리 올림픽에 단 세 명의 선수만을 파견했다.
마다예는 첫판부터 김우진이라는 강자를 만나는 바람에 1회전을 통과하지 못하고 올림픽을 마쳤다. 그런데 그는 이날 경기에서 1점을 쏘는 실수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말았다.
김우진이 1세트에서 9점-10점-10점을 쏘고 2세트에서도 9점-10점-10점, 3세트는 모든 화살을 10점에 맞히는 완벽한 경기를 한 반면, 마다예는 2세트 마지막 발을 1점 과녁에 맞혔다. 중계방송을 하던 해설자와 캐스터가 화면에 화살이 잡히지 않자 당황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비록 큰 무대에서 긴장이 컸던 탓에 실수를 했지만, 마다예는 올림픽 본선에 서기까지 드라마 같은 여정을 거쳤고 이런 스토리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는 험난한 올림픽 본선까지의 여정에서 불굴의 의지를 보여줬기에 누구보다 큰 박수를 받았다.
마다예는 2020 도쿄 올림픽 때도 본선행 자격을 얻었다.
2020년 8월 IOC 공식홈페이지는 그와의 자세한 인터뷰와 선수로서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어린 시절 축구를 좋아하던 마다예는 열아홉 살에 양궁을 시작한 후 그 매력에 빠졌다. 양궁 이외의 어떤 운동도 하지 않고 몰두했다고 한다. 그의 꿈은 TV로만 보던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었다.
마다예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도전했으나 실력의 벽을 실감하며 본선행은 이루지 못했다.
그는 그때 자신을 더 갈고닦아야 한다는 걸 느끼고 직업인 전기 기술자도 잠시 그만두고 양궁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2020 도쿄 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는 2019 아프리칸 게임에 나갔다. 그는 이 대회 개인전 4위를 기록했다. 도쿄 올림픽 자동 출전권은 놓쳤지만, 혼성 단체전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드디어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이때를 회상하며 마다예는 “그때 나는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경기를 치렀다”고 말했다. 또한 “실력은 뒤지지 않았지만, 경쟁자들은 모두 나보다 월등히 좋은 장비를 갖고 경기를 치렀다”고도 털어놓았다.
이렇게 극적으로 얻은 올림픽 티켓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쿄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그는 결국 도쿄 올림픽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그리고 기어이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고 본선 무대를 밟는 꿈을 이뤘다. 마다예는 지난해 11월 열린 아프리카 양궁선수권대회 성적으로 파리 본선행을 확정했다.
그는 2020년 이후 국제양궁협회로부터 활을 지원받고 있다. 그래도 장비가 변변치 않아 가슴 보호대도 없이 본선 경기를 치러야 했다.
2020년 IO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전쟁과 소요 속에 있는 가난한 조국에 희망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차드에서는 양궁 선수가 내전으로 전사하기도 했다.
마다예는 “우리 나라의 젊은이들에게 몰두할 수 있는 스포츠가 있으면 이렇게 된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 스포츠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고 강조했다.
마다예의 SNS에는 그의 경기를 본 한국 스포츠팬들도 응원 댓글을 남기고 있다. 이들은 ‘마다예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당신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