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다.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을 가장 위협했던 천위페이(중국)가 예상 못한 8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야마구치 아카네(6위·일본)를 세트 스코어 2-1(15-21 21-17 21-8)로 잡고 준결승에 올랐다.
랭킹은 낮아도 야마구치는 난적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공식 상대 전적이 11승 13패로 안세영이 오히려 뒤처졌다. 안세영이 랭킹 1위에 오르기 전까지 세계 랭킹 정상에 있던 상대기도 했다.
준결승전에서도 쉽지 않았다. 야마구치는 1세트 내내 안세영을 괴롭히며 첫 스코어를 따냈다. 코트 안으로 부는 바람에 안세영의 셔틀콕이 계속 빗나갔고, 야마구치는 노련하게 안세영의 공격들을 받아내며 차근차근 점수를 뽑았다.
하지만 2세트부터는 안세영이 코트를 지배했다. '클래스'가 보였다. 안세영은 차분함을 되찾고 긴 랠리로 야마구치의 체력을 깎았다. 결국 2세트 후반부터 야마구치가 확연히 지친 모습을 보였고, 안세영은 3세트를 압도하며 가볍게 역전승을 완성했다.
준결승에 오른 안세영의 상대는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8위·인도네시아)이다. 툰중은 앞서 16강전에서 안세영의 대표 팀 동료 김가은(삼성생명)을 꺾은 상대기도 하다. 경계할 부분이 많지만, 야마구치에 비해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상대전적도 안세영이 7전 전승으로 압도했다.
앞으로 2승만 더하면 금메달이 가능하다. 한국 배드민턴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동안 없었다. 이미 세계선수권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안세영이기에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핵심은 결승 상대가 될 거로 보인다. 이변이 일어난 탓이다. 안세영과 툰중의 반대쪽 블록 4강에는 카롤리나 마린(4위·스페인)과 허빙자오(6위·중국)가 올라왔다. 허빙자오가 8강에서 꺾은 상대는 바로 천위페이다. 허빙자오보다 랭킹도 높고, 안세영과는 수 차례 만났던 '숙적'이기도 하다. 안세영이 2020 도쿄 올림픽 8강에서 패했을 때 상대도 천위페이였다. 당시 천위페이는 도쿄 대회에서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지난해 세계선수권 준결승,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선 모두 안세영이 승리했다.
그러데 그 천위페이가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천위페이와 8강에서 만나 '내전'을 펼친 허빙자오는 경기 시작 55분 만에 세트 스코어 2-0(21-16, 21-17)으로 완승을 거뒀다. 실제 준결승과 결승이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지만, 안세영에겐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