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배급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전날까지 누적관객수 158만 6456명을 동원, 올해 개봉한 청불(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얼핏 보면 ‘데드풀과 울버린’이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어폐가 있다. 올해 개봉한 국내외 영화 중 청불 등급이 흥행한 사례 자체가 없는 까닭이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박스오피스 50위권에 안착한 청불 작품은 ‘데드풀과 울버린’ 외 누적관객수 15만명을 겨우 넘긴 ‘가여운 것들’이 유일하다. 굳이 따지자면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미 개봉 첫날(오프닝스코어 23만명), 올해 최고 청불 영화에 등극했다.
‘데드풀과 울버린’ 측이 이런 ‘영끌’ 홍보에 나선 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데드풀과 울버린’은 국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봉 20일 전부터 배우 휴 잭맨, 라이언 레이놀즈와 숀 레비 감독이 내한해 각종 채널에 출연하며 홍보 활동을 펼쳤지만, 이것이 영화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시작부터 삐그덕거린 건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 ‘데드풀과 울버린’은 지난달 24일 개봉, 하루 동안 23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정확히 6일 천하에 그쳤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개봉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애니메이션 ‘슈퍼배드4’에 정상 자리를 내줬다. 지난달 31일부터는 조정석 주연의 ‘파일럿’에도 밀리는 신세가 됐다.
실관람객 평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데드풀과 울버린’의 CGV 골든에그지수는 82%로, 경쟁작 ‘파일럿’(92%), ‘슈퍼배드4’(94%), ‘인사이드 아웃2’(97%) 등 대비 현저히 낮다. 지난 2016년 개봉한 ‘데드풀’(84%), 2018년 개봉한 ‘데드풀2’(93%)보다 낮은 수치다.
전편들과는 관객수 차이도 제법 크다. ‘데드풀’과 ‘데드풀2’의 누적관객수는 각각 332만명, 378만명.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데드풀과 울버린’이 전작의 흥행을 뛰어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