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또 한 번 코트를 지배했다. 정상에 오르는 데 단 1승만을 남겼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배드민턴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8위·인도네시아)을 2-1(11-21, 21-13, 21-16)로 꺾고 결승전에 올랐다.
8강전에서 야마구치 아카네를 상대로 1세트를 내줬던 안세영은 이날도 1세트 어려움을 겪었다. 마치 몸이 덜 풀린 듯 툰중에게 초반 4점을 내주고 출발했고, 좀처럼 흐름을 찾지 못했다. 상대 셔틀콕을 쫓지 못하거나 네트에 걸리는 일이 반복됐다. 결국 11-21, 일방적인 점수 차로 1세트가 마무리됐다.
1세트 종료 후 김학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안세영은 2세트 더 공격적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파워풀한 스매시가 늘어났고, 긴 랠리를 반복하면서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1세트에 비해 확연히 커버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스매시 정확도가 떨어져 잠시 추격을 한 점 차까지 허용했으나 이내 제 페이스를 찾았다.
안세영의 맹공에 지친 모습을 보인 툰중은 타임 아웃을 걸었다. 흐름을 바꿔보고자 했으나 소용 없었다. 안세영의 드롭셧과 스매시만 더 강력해졌을 뿐이었다. 안세영은 코트 전역을 활용하며 툰중을 압도하고 2세트를 마무리했다. 포핸드 슬라이딩까지 하는 안세영의 허슬 플레이에 툰중은 당황했고, 결국 안세영이 2세트를 가져와 1-1 균형을 맞췄다.
3세트. 툰중은 지쳤고, 이미 코트 전역은 '여제' 안세영의 땅이었다. 안세영은 특유의 빠른 풋워크로 툰중을 힘으로 압도했다. 1게임 적극적으로 드롭샷이나 헤어핀을 놓은 후 반대편 드라이브를 꽂던 툰중의 전략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완벽한 수비로 툰중의 힘을 빼놓은 그는 레이저 같은 강력한 스매시를 내리꽂았다. 거대한 벽과 같은 안세영의 경기력에 툰중이 연이어 미스를 범했다. 8점 차까지 리드를 벌린 안세영은 변수 없이 그대로 긴 랠리와 빠른 공격을 쏟아내 대승으로 3세트를 마쳤다. 전날 야마구치가 그랬듯 툰중 역시 무기력하게 안세영에게 마지막 승리를 헌납해야 했다.
툰중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안세영은 이제 결승전에서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노린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안세영을 꺾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전 자웅을 겨룬 숙적 천위페이(중국·2위)가 8강에서 조기 탈락하면서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미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던 그는 올림픽 금메달로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자 한다.
안세영이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은 5일 오후 4시 45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