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애지(25·화순군청)의 2024 파리 올림픽 여정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그의 동메달은 금메달만큼 빛난다.
임애지는 지난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복싱 여자 54㎏급 준결승에서 튀르키예의 하티제 아크바시에 2-3(28-29, 27-30, 29-28, 27-30, 29-28) 판정패했다.
복싱은 3~4위전 없이 4강전 패자 둘에게 동메달을 준다. 임애지는 한국 여자 복서 역사상 최초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2년 런던 대회 한순철(은메달)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 메달을 안긴 임애지는 쇠락했다는 평가를 받은 한국 복싱의 한 줄기 빛이 됐다.
애초 임애지는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3년 전 2020 도쿄 올림픽에 나선 그는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16강전에서 패하며 파리행 티켓을 놓쳤다. 지난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1차 세계 예선에서도 올림픽 출전권을 눈앞에서 놓쳤다. 그는 올림픽 개막을 두 달 정도 앞둔 지난 6월에야 파리행을 확정했다.
대회 전 본지와 인터뷰에 임한 임애지는 “(올림픽 2차 세계 예선이 열린) 태국에서 정말 많이 울었다. 나는 더 차고 나가고 싶은데 묶인 것 같아서 되게 힘들었다. (부상 때문에) 운동을 거의 못하다가 맨날 울기만 했다”면서 “(코치가) 사유서 쓰고 한국으로 가라고 했다. 진심이었던 것 같다. 나를 버리는 카드로 썼다. 왜냐하면 (동료들이) 운동을 다 열심히 했는데, 나는 그렇게 못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실제 대표팀 코치진은 당시 임애지를 한국으로 돌려보낼지에 관한 회의까지 했지만, “경기 때는 잘할 것으로 믿는다”는 말로 다독였다. 왼쪽 아킬레스건과 오른쪽 햄스트링이 아팠던 임애지는 기어이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올림픽 전까진 임애지를 주목하는 시선은 적었다. 오히려 ‘선배’인 오연지(울산광역시체육회)가 더 관심받았다.
임애지는 착실히 준비했다. 곧장 ‘올림픽 모드’에 돌입한 그는 대회에서 만날 상대들을 분석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이전에 경쟁자들과 경기했던 경험을 곱씹었다. 눈물의 과정 끝에는 달콤한 ‘메달’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록 금빛 펀치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대회 전 “색 상관없이 메달을 따겠다”는 다짐을 이뤘다.
쇠퇴한 한국 복싱의 미래를 조금이라도 밝힌 터라 이번 메달은 더욱 값졌다. 임애지는 4강전을 마친 뒤 “언제까지 (복싱을)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LA (올림픽)까지 도전해서 메달 따고 싶다. 스스로 기대를 하게 됐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