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5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구단엔 초비상이 걸렸다. 에이스로 영입한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이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기 때문. 더 난감한 건 진단이었다. 상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국내 병원 진료 결과를 선수가 크게 신뢰하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두 달가량 공백이 길어졌고 7월 초 킹엄은 퇴출당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를 두고 '용병 리스크'라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에는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 말 팔꿈치 통증 문제로 1군 제외된 라울 알칸타라(당시 두산 베어스)의 상태는 단순 염좌. 국내 병원 3곳에서 교차 검진한 결과였다. 하지만 선수는 훈련을 주저했다. 결국 미국으로 출국, 개인 주치의 진료를 받은 뒤 팀에 합류했으나 인연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진까지 겹친 알칸타라는 7월 초 웨이버로 공시돼 팀을 떠났다.
삼성은 현재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의 허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선수로 후반기 영입된 카데나스는 지난달 26일 대구 KT전 스윙 과정에서 허리 쪽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대학 시절 허리 부상 경험이 있는 카데나스는 이후 경기 출전을 자제했다. 국내 병원 검진에선 큰 문제(단순 근육 뭉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선수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6일 1군 복귀전을 치렀으나 대타로 들어선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 수비에선 느슨한 플레이로 경기 중 교체됐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카데나스는 다시 한번 허리를 부여잡았다. 더는 뛰기 힘들다는 의사 표현이었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병원을 신뢰하지 않는 것보다 검진 결과를 해석하기 어려우니 이해 못 하는 게 큰 거 같다"며 "구단에서 '괜찮으니까 경기를 뛰라'고 해도 선수 입장에선 '왜 아픈데 계속 뛰라고 하는 거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결과를 받아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순위 경쟁에서 자칫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건 1998년이다. 초창기 외국인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는 '용병(傭兵)'이었다. 용병의 사전적 의미는 돈을 주고 고용된 병사. 시간이 흘러 이런 이미지가 많이 희석됐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용병 리스크'가 존재한다. 몸이 곧 재산인 용병에게 참고 뛰라는 구단의 호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B 구단 관계자는 "용병 리스크는 어느 구단에도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우리만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