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연극 ‘랑데부’가 2인극, 런웨이 무대 등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를 연기로 그리는 박성웅부터 박효주까지 베테랑 배우들도 처음 시도하는 형식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히면서도, 그만큼 “색다름으로 무장했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서 ‘랑데부’의 오픈 리허설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박성웅, 최원영, 문정희, 박효주, 연출가 요셰프 케이(김정한)가 참석했다.
‘랑데부’는 강박장애를 겪는 남자 태섭(박성웅, 최원영)과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여자 지희(문정희, 박효주)의 이야기를 담은 2인극이다. 각자의 상처를 내보이며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에게 빠져드는 두 중년의 사랑 이야기다. ‘랑데부’는 트레버스 형식의 무대에 대형 트레드밀 런웨이 무대가 설치돼 새로운 무대 형식으로 관객들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박성웅과 최원영은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기만의 법칙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태섭을 연기한다. 문정희와 박효주는 스스로를 찾고자 여정에 나섰으나 결국 자신을 가장 괴롭혔던 과거의 장소로 돌아와 버린 지희 역을 맡았다.
박성웅, 최원영, 문정희, 박효주 등 4명의 배우들의 연기 경력을 합치면 90년에 달한다. 그만큼 베테랑 배우들이 모였는데 이들은 모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박성웅은 “24년 만에 연극을 하는데 대본을 받고 일주일 만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 그만큼 배우로서 욕심이 났는데 연습을 시작하면서 계속 욕을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웃었다.
이어 “이 작품은 연기만 오롯이 할 수 없다. 퇴장 없이 1시간 30분동안 긴 호흡으로 모든 것을 연기로 보여줘야 하고, 춤 같지 않은 춤도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이 작품이 저의 대표작이길 바란다”며 “최근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이 연습실에 왔는데 메인작가가 마지막에 펑펑 울고 갔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문정희도 “무서운 경험이었다”며 “그래도 관객들과 가까이 교감할 수 있다는 지점이 너무 좋더라. 배우들과도 이렇게 가까이 오랫동안 교감하면서 연기하는 게 오랜만인데 ‘참 맛있구나, 연기하는 맛이 이런 거구나’ 다시 한번 느낀 계기였다”고 전했다.
‘랑데부’는 문정희가 살사를 추면서 겪은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작품이 쓰이면서 원안자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문정희는 “살사를 춘 지는 23년 정도 되는데 함께 춤을 추는 지인 중 로켓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다. 그 분이 수학으로 춤을 배우면 재밌다는 말을 하더라.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시놉시스를 만들게 됐다”며 “완성된 대본은 제가 쓴 내용과 거리가 있지만 굉장히 아름답고 재밌더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랑데부’는는 미국 극단 리빙 시어터 출신으로 실험 연극부터 뮤지컬까지 폭넓은 작품 세계를 선보인 요셰프 케이가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요셰프 케이는 “처음엔 영화 시나리오 형식이었는데 문정희가 원안자로 참여하면서 연극으로 바뀌었다”며 “과감한 구성을 시도했다. 펜싱대결처럼, 두 남녀가 사랑을 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실제 두 사람이 만나 가까이 다가려 노력하지만 그럴 수 없는 순간들이 있는 것처럼, 그 복잡한 관계가 역동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랑데부’는 오는 24일을 시작으로 내달 21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