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창단 43년 만에 처음으로 한 시즌 1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에 2만435명의 관중이 찾아와 시즌 누적 홈 관중 101만4789명을 기록하면서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14일 기준, 삼성은 비수도권 구단 중 처음으로 100만명 관중을 유치한 팀이 됐다.
올해 삼성의 홈경기에는 경기당 평균 1만7494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지난해 평균 관중 수 1만1912명 대비 약 46%나 증가한 수치다. 홈에서 진행된 58경기 중 매진 경기는 총 17회로, 지난해 62경기 중 매진 4회를 훨씬 상회한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100만 관중을 넘긴 건 2017년 KIA 타이거즈(102만4830명)과 롯데 자이언츠(103만8492명) 이후 7년 만이다.
과거 대구 시민운동장(1만~1만3000석) 시절엔 꿈도 꾸지 못할 관중수였지만, 2016년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2만4000석) 시대를 열면서 가능해졌다. 물론 그 전에도 100만 관중은 꿈의 숫자였다. 개장 시즌인 2016년 85만1417명, 지난해 84만5775명을 72경기 동안 유치한 것이 최다였다. 하지만 올해 전반적인 야구 흥행과 삼성의 돌풍이 맞물려 사상 첫 1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관중 증가의 요인은 여러가지가 꼽힌다. 일단 삼성의 호성적이 관중 폭등의 주요인 중 하나다. 삼성은 시즌 전만 해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팀이었다. 하지만 지난겨울 영입한 김재윤, 임창민 등 필승조 불펜들이 시즌 초반 잘 막아주면서 순항했고, 이성규, 김헌곤, 윤정빈 등 그동안 잠재력을 폭발하지 못하거나 새로 기회를 받은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가을야구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
삼성의 홈 성적도 33승 25패(승률 0.569)로 리그 3위다. 많이 이기니 자연스럽게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다. 게다가 삼성은 홈 58경기에서 무려 91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선수들도 5명이나 될 정도로 홈런을 기대할 선수들이 많이 포진돼있다. 점수를 뒤집는 화끈한 홈런쇼로 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젊은 여성팬들의 증가도 눈에 띈다. 특히 이재현과 김영웅, 김현준, 김지찬 등 실력과 외모를 갖춘 젊은 스타들이 아이돌급 인기몰이를 하면서 관중몰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 구단은 경기 직전 3루 관중석 측 안전 그물을 내려 팬들이 선수들과 자유롭게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이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선수들의 사진을 뽑을 수 있는 포토카드와 스티커사진 부스도 인기다.
100만 팬들의 아낌없는 성원 속에 선수들도 힘이 난다. 올해 20개 홈런을 쏘아 올린 이성규는 "많은 팬들이 환호해주시고 함성을 질러주신다. 그 가운데서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며 "팬분들 덕분에 무더위에도 힘내서 야구하고 있다. 찾아와주신 100만 관중들께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올해 날씨가 무척 더운데 이렇게 많은 관중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팬분들의 함성에 선수들이 힘을 많이 얻었다.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 주신 덕분에 선수들이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려 더 노력했다. 항상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더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구단 캐치프레이즈로 'Win or Wow'를 사용하고 있다. '경기를 이기거나(Win), 팬들을 열광시키거나(Wow)'라는 의미로, 승리를 뛰어넘는 팬덤(Fandom)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엔 아쉬운 성적(8위)으로 'Win'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올해는 상위권 성적의 'Win'과 함께 100만 관중이라는 'Wow'를 모두 잡으며 'Win and Wow' 시즌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