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1)이 구단 첫 타점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타점 선두에 오른 그는 "개인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동료 4명을 언급하며 고마워했다.
오스틴은 지난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홈 경기 2-3으로 뒤진 8회 말 무사 2, 3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쳤다. 시즌 10번째 결승타. 오스틴의 활약 덕에 LG(3위)는 지난 주말 KIA에 당한 싹쓸이 패배 충격에서 벗어났다. 오스틴은 경기 뒤 "(역전 타점이 아닌) 연장에 갈 수 있도록 동점을 만드는 1타점을 올리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희생플라이를 친다는 생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고 했다.
팀 내 유일하게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을 기록한 오스틴은 이날 2타점을 추가, 시즌 총 타점을 102개까지 늘렸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세 자릿수 타점을 기록 중이다. 부문 공동 2위 최형우(KIA 타이거즈)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이상 93타점)과 격차를 더 벌렸다. 오스틴은 "기록을 신경 쓰는 순간 슬럼프에 빠져 추락할 수 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개인 타이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창기와 박해민, 김현수, 신민재 등 내 앞에 있는 타자들이 꾸준히 출루를 해줬기 덕분에 이렇게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나는 4번 혹은 3번 타자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앞 타순에서 찬스를 만들고 연결해 준 동료들을 떠올린 것, 현재 1군에 있는 주축 선수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오스틴은 "나는 자기중심적인 선수가 아니다"며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팀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오스틴은 구단 새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LG는 창단 후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타점왕을 배출한 적도 없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다. 2013년과 2015년 각각 1군에 진입한 NC(양의지·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멜 로하스 주니어)도 한 차례씩 타점왕이 나왔다. 구단 역대 개인 한 시즌 최고 타점은 2018년 채은성(현 한화 이글스)이 기록한 119개다. 오스틴이 현재 페이스를 이어 나간다면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 작성은 물론, 타점왕까지 가능하다.
오스틴은 경쟁자들과 비교해 잔여 일정도 29경기로 많은 편이다. "올해 한국 날씨가 고향인 미국 텍사스보다 더 덥다"고 하면서도, 이달에만 15경기에서 20타점을 쓸어 담는 등 페이스가 좋다. LG 테이블 세터진의 출루율은 0.402로 1위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문성주가 돌아오면 LG의 1~2번은 더 강력해진다.
한국 무대 2년차 오스틴은 이미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지난해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3을 기록하며 LG에 29년 만의 1루수 골든글러브를 안긴 오스틴은 올 시즌 20일까지 타율 0.300 27홈런 102타점 OPS 0.951를 올렸다.
오스틴은 "지난해엔 (골든글러브) 수상을 장담할 수 없어 한국에 오지 못했는데, 이번엔 수상하게 되면 참석할 생각이 있다. 물론 비시즌에 아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해 잠시라도 떨어져 지내는 것도 아쉽긴 할 거 같다"고 했다.
동료들과 융화력이 뛰어나고 팀에 애정이 깊은 오스틴은 "나는 아직도 1위를 포기하지 않았다. 운이 정말 많이 따라야 하겠지만 불가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