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으로 시작해 힙합으로 끝났다. 컴백 인사부터 본격적인 무대까지 쇼케이스를 콘서트 현장으로 만들었다.
영파씨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예스24 원더로크홀에서 세 번째 EP ‘에이트 댓’ 발매 쇼케이스를 갖고 “K팝 신을 씹어먹을 앨범”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파씨는 본격적인 컴백 무대에 앞서 한 편의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오프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개인 인사도 심상치 않았다. 형식적인 인사가 아닌, 멤버마다 한명씩 돌아가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는 랩을 선보였다.
오프닝 및 개인 인사 무대는 영파씨 멤버들의 아이디어였다. 지아나는 “오프닝 무대는 신곡 뮤직비디오 일부를 표현했다. 멤버들 모두 과몰입에 진심이다 보니 이렇게 무대를 꾸미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 인사 무대에 대해서는 “멤버들의 개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난번에 발매했던 곡들과 이번 신보 수록곡 중 각자의 보이스 컬러와 실력이 잘 드러나는 노래를 채택해 무대를 꾸몄다”고 덧붙였다.
첫 번째 EP부터 이번 신보까지 영파씨만의 세계관이 재치 있게 이어진다. ‘마카로니 치즈’(첫 번째 EP)를 먹고 ‘XXL’(두 번째 EP) 사이즈로 성장한 영파씨가 마침내 ‘에이트 댓’(세 번째 EP)으로 ‘K팝신을 부스러기 하나 남김없이 썹어 먹겠다’는 포부다.
동명의 타이틀 곡 ‘에이트 댓’은 90년대 미국 힙합신 황금기를 이끌었던 닥터 드레, 스눕 독의 사운드로 2024년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안무에도 당시 인기 있었던 동작을 넣어 힙합의 진수를 보여준다.
영파씨 멤버들은 ‘에이트 댓’ 무대에서 격한 안무에도 파워풀한 랩을 선보였다. ‘며칠 굶은 애들 처럼 Left no crumbs / 눈치보지 말고 그냥 Have some fun wooh’ 등 자유분방한 가사처럼 영파씨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날아다녔다.
포인트 안무로는 떼창 구간에 ‘힙합 스텝’을 꼽았다. 일명 ‘파씨워크’로 영파씨만의 독자적인 스텝이다. 멤버들은 “과거 셔플댄스 처럼 유행하길 원한다”면서 “롤모델로 항상 꼽는 투애니원 선배들이 데뷔 15주년을 맞아 활동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파씨워크’ 챌린지를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는 유쾌한 B급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했다. 인기 게임 ‘그랜드 시프트 오토’(Grand Theft Auto·GTA) 내 세계관을 차용, 게임 속 캐릭터가 된 영파씨 멤버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멤버들이 현금 운송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경찰과 추격적을 벌인다는 콘셉트. 또 90년대 LA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보는 맛을 더했다.
뮤직비디오는 영파씨 데뷔 앨범부터 호흡을 맞춘 벤 프루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벤 프루 감독은 ‘제61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에 노미데이트 된 바 있는 실력파 감독으로 영파씨 특유의 엉뚱한 매력을 실감 나게 살렸다.
독특한 음악, 세계관만큼이나 영파씨 멤버들 역시 자신감이 넘쳤다. 연습한 기간도, 멤버들 각자 색깔도 다르지만 영파씨는 “힙합, 랩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무대 위에서 강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특히 멤버들 전원이 앨범 작업에 참여하며 영파씨만의 감성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가고 있다.
실제로 이번 신보 수록곡 ‘로딩’ 작사에는 멤버 전원이 참여했고, 타이틀 곡 ‘에이트 댓’에는 정선혜, 위연정, 도은이, ‘바나나스’에는 정선혜, 위연정이 각각 노랫말을 써 음악적 역량을 발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