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31)이 무서운 타점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경쟁자들이 주춤하는 사이, 구단 첫 타점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오스틴은 22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4타점(4타수 2안타 3득점)을 추가했다. 2-0으로 앞선 2회 말 만루 홈런을 터뜨린 덕분이다. 오스틴은 SSG 투수 한두솔의 시속 144.4㎞/h의 직구를 받아쳐 KBO리그 개인 첫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오스틴은 주중 3연전 내내 천금 같은 타점을 올렸다. 20일 경기에선 2-3으로 뒤진 8회 말 무사 2, 3루에서 결승 2타점 2루타를 쳤다.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끈 시즌 10번째 결승타. 이어 21일에는 0-2로 끌려가던 8회 1사 2루에서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22일에는 만루 홈런으로 한 번에 타점 4개를 추가했다.
오스틴은 22일 현재 시즌 107타점으로 부문 선두를 달린다. 리그에서 가장 먼저 100타점을 넘어선 뒤, 무서운 속도로 타점을 추가하고 있다. 그 사이 타점 공동 2위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맷 데이비슨(NC 다이노스·이상 93타점)은 제자리걸음 중이다. 내복사근 손상으로 1군에서 빠져 있는 최형우의 마지막 타점은 8월 6일(KT 위즈전)이었다. 데이비슨도 지난 15일 SSG전 이후 부상과 우천 순연 등으로 타점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SSG 에레디아도 93타점으로 경쟁에 뛰어들었으나, 오스틴과 '타점 공동 2위' 그룹과의 격차는 14개까지 벌어졌다.
오스틴은 잔여 일정이 27경기로 많은 편이다. "올해 한국 날씨가 고향인 미국 텍사스보다 더 덥다"고 하면서도, 이달에만 16경기에서 21타점을 쓸어 담는 등 페이스가 좋다. LG 테이블 세터진의 출루율은 0.403으로 1위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문성주가 돌아오면 LG의 1~2번은 더 강력해진다.
오스틴이 타점왕에 오른다면 구단 새 역사를 쓰게 된다. LG는 창단 후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타점왕을 배출한 적도 없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다. 2013년과 2015년 각각 1군에 진입한 NC(양의지·현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멜 로하스 주니어)도 한 차례씩 타점왕이 나왔다. 구단 역대 개인 한 시즌 최고 타점은 2018년 채은성(현 한화 이글스)이 기록한 119개다. 오스틴이 상승세를 이어 나간다면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은 물론 타점왕까지 가능하다.
한국 무대 2년차 오스틴은 이미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지난해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3을 기록하며 LG에 29년 만의 1루수 골든글러브를 안긴 오스틴은 올 시즌 22일까지 타율 0.310 28홈런 107타점 OPS 0.957을 올렸다.
오스틴은 "기록을 신경 쓰는 순간 슬럼프에 빠져 추락할 수 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개인 타이틀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면서 "홍창기와 박해민, 김현수, 신민재 등 내 앞에 있는 타자들이 꾸준히 출루를 해줬기 덕분에 이렇게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동료들에게 고맙다. 나는 4번 혹은 3번 타자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엔 (골든글러브) 수상을 장담할 수 없어 한국에 오지 못했는데, 이번엔 수상하게 되면 참석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