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해인이 ‘멜로 장인’ 수식어를 재증명했다. ‘봄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서정적 멜로를 선보인 그는 최근작 ‘엄마 친구 아들’에선 츤데레 매력으로 전혀 다른 결의 멜로를 펼치고 있다.
지난 17일 첫 방송한 tvN ‘엄마 친구 아들’(이하 ‘엄친아’)은 미국의 대기업을 다니며 승승장구했던 배석류(정소민)가 파혼을 겪고 해고까지 당한 후 한국에 돌아와 소꿉친구인 최승효(정해인)와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다. 정해인이 연기한 최승효는 대한민국 건축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젊은 건축사로, 자신의 건축사 사무소 아틀리에 인의 대표를 맡고 있다. 최승효는 응급의학과 의사 최경종(이승준)과 외교관 서혜숙(장영남) 부부의 아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보이는 이른바 ‘엄친아’다.
정해인은 반듯하고 소년미 넘치는 외모와 군더더기 없는 패션으로 최승효 캐릭터를 표현했다. 1회부터 올블랙 수트를 입고 등장한 정해인은 엄친아의 시크한 매력을 한껏 과시한다. 건축가 설정인 만큼 일을 할 땐 정직한 말투를 사용하고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그러나 냉철해 보이진 않는다. 정해인 특유의 다정한 미소와 훈훈한 매력은 캐릭터가 가진 날카로움을 중화시키며 색다른 매력을 가진 남자주인공으로 탄생시켰다.
이런 매력은 여주인공 배석류와 만나며 배가된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최승효는 사실 과거 소꿉친구인 배석류 앞에선 이른바 ‘코찔찔이’였던 것. 배석류는 과거 친구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최승효를 구해준 것도 여러 번이고, 심지어는 최승효를 “우리 애기”라고 불렀다. 최승효는 자신의 흑역사를 아는 유일한 사람인 배석류와 만나기만 하면 “이 새끼”, “저 새끼”를 내뱉으며 티격태격하는 것은 물론 헤드록을 거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이처럼 엄친아면서 유머러스한 매력도 가진 최승효 캐릭터를 정해인은 정말 ‘찐친’에게만 할 수 있는 시큰둥한 말투와 과하지 않은 담백한 대사 처리로 탁월하게 표현했다. 그러다 배석류가 엄마와 싸우고 집을 뛰쳐나와 비를 맞으며 울고 있을 땐 묵묵히 옆을 지키는 등 문득 나오는 최승효의 다정한 제스처는 우정인지 사랑인지 헷갈리게 만들며 설렘 포인트를 만들었다.
정해인은 앞선 작품들을 통해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번 ‘엄친아’는 그가 지금껏 잘해왔던 로맨스 연기를 한 번 더 선보인 것 정도로 보일 수 있지만 이들 작품은 모두 엄연히 결이 다른 로맨스다. ‘봄밤’에선 애틋한 순애보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선 귀여운 매력의 연하남을 연기했다. 두 작품이 서정적이고 다소 어두운 정서를 다뤘던 것에 비해 ‘엄친아’는 조금 더 가벼운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정해인은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연기 준비 과정에 대해 “석류와는 오랜 시간 동안 친구로 지낸 사이인데, 극이 진행될수록 이들이 느끼는 우정과 사랑 사이의 복잡하고 애매한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30대 중후반 남자 배우들이 주로 강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데 비해 정해인은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로 자신만의 차별점을 만들어 왔다”며 “다수의 멜로, 로맨스 작품을 했고 성공작도 있다는 점에서 배우에게 굉장히 큰 자산이고 시청자들 역시 기대하며 보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정해인은 또 멜로 장르뿐 아니라 ‘커넥트’나 ‘D.P’, 영화 ‘배테랑2’ 같은 작품으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시도도 꾸준히 해온 배우로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