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한국프로여자골프(KLPGA) 투어 입회했다. 올해 5월 말 프로 데뷔 13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한 뒤 개인 통산 3승을 달성하기까지 100일이 채 걸리지도 않았다. 배소현(31·프롬바이오)이 3차 연장 접전 끝에 '빅3' 박지영·박현경·이예원과 형성하던 다승 공동 선두(3승) 대열에 합류했다. 역대 최고령 한 시즌 3승 달성 기록까지 썼다.
배소현은 1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총상금 8억원)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13회 KG 레이디스 오픈 마지막 날 3차 연장 접전 끝에 박보겸(안강건설)을 제치고 우승했다. KG 레이디스 오픈에서는 3년 연속 연장전을 통해 우승자가 가려지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배소현은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차지했다. 또한 우승자에게는 KG모빌리티 액티언(3395만원 상당) 차량과 써닝포인트 CC 1년 무료 라운드 이용권이 주어진다.
시즌 3승을 올린 배소현은 박지영·박현경·이예원과 다승 공동 선두가 됐다. KLPGA가 한 시즌에 3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를 4명 이상 배출한 건 2015년(전인지 5승, 고진영·박성현·이정민 등 3승)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배소현의 우승으로 올해 KLPGA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1~2차 연장에서는 박보겸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1차 연장에서 박보겸이 세 번째 샷을 홀 0.4m까지 바짝 붙였다. 그러나 배소현이 9m 버디 퍼트에 성공했다. 이어 박보겸도 버디 퍼트를 넣었다.
2차 연장에서는 배소현이 1.46m, 박보겸이 1m 버디 퍼트를 차례대로 넣었다. 3차 연장에선 박보겸이 8.68m 버디 퍼트를 놓쳤고, 배소현은 우승을 확정하는 1.37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배소현은 KLPGA 대기만성형의 아이콘이다. 지난 5월 개인 통산 154번째로 출전한 E1 채리티 오픈에서 처음 우승했다. 프로 입회 후 13년 만에, 30대 나이에 첫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9위)와 DB그룹 제38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4위)에서는 톱10에 포함됐다.
배소현은 지난달 18일 끝난 더헤븐 마스터즈에서 3차 연장 접전 끝에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그는 "주니어 시절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부 투어 생활도 오래 했다. 어린 선수들이 나를 보면서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 여자들 선수 생명이 더 짧다고 생각하는데, 골프는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길게 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배소현은 KG 레이디스 오픈 우승으로 역대 최고령 한 시즌 3승 이상 거둔 선수가 됐다. 역대 30세 이상 한 시즌 3승 기록은 1988년 정길자가 최초였다. 당시 일간스포츠 오픈, 팬텀 오픈, 동해 오픈에서 우승했다. 다만 1958년 2월 22일생 정길자는 1988년 7월 31일 동해 오픈에서 30세 5개월 9일의 나이로 시즌 3승을 달성했다. 1993년 6월 15일생 배소현은 31세 2개월 17일의 나이로 시즌 3승을 올렸다. 배소현은 "아카데미에서 많은 샷감이 좋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많이 보고 배웠다. 다른 선수들이 해외 투어에서 얻은 경험을 듣고 나도 더 많이 성장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라며 "내가 판단했을 때 바꿔야 된다 생각하면 과감하게 바꾸는 편이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소현은 체격(1m65㎝)에 비해 비거리가 뛰어나다. 이번 대회 전까지 드라이브 비거리 부문에서 투어 6위(252.93야드)였다. 이날 3차 연장에서도 박보겸보다 티샷을 35야드를 더 날려 보낸 덕분에 '투온'을 시도할 수 있다. 그는 "30대 선수는 비거리와 드라이버에 신경 써야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코어 힘을 사용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우승 뒤 배소현은 "3승 다 3라운드 대회에서 우승한 터라 다음에는 4라운드 대회 우승이 목표"라면서 "박지영·박현경·이예원 등과 제가 (경쟁)한다는 건 감사하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 무대도 나가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상식장에서 '아 맞다, 우승자에게 전기차 주지'라고 생각했다. 어머니랑 상의해 보겠다. (차가) 오빠에게 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지영은 대회 첫날 선두를 달렸으나 공동 5위(12언더파 204타)로 마지막 라운드를 마쳤다. 시즌 4승은 놓쳤지만 박현경(9억6800만원)을 제치고 상금 랭킹 1위(9억8610만원)로 올라섰다. 이예원은 11언더파 205타 공동 7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