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평균자책점은 2일 기준으로 5.29에 달한다.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선발 투수 중 19위. 이 부문 최하위 엄상백(KT 위즈·5.35)만 간신히 앞선다. 현재 페이스라면 2007년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 5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김광현의 어색한 성적표는 장타가 원인이다. 지난 시즌까지 0.359였던 개인 통산 피장타율이 올해 0.445까지 급등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건 피홈런. 지난해까지 연평균 11.7개였던 피홈런이 올 시즌 22개로 대폭 상승했다.
잘 던지다가 홈런을 맞고 고꾸라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난달 17일 인천 한화 이글스전에서 2-1로 앞선 4회 초, 이도윤에게 통한의 결승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23일 인천 KT 위즈전에선 문상철에게 멀티 홈런을 내줬다. 직전 2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선 시즌 9승 달성에 성공했으나 김도영에게 투런 홈런을 맞는 등 4경기 연속 피홈런으로 실점이 추가됐다. 김광현의 시즌 22개 피홈런 중 10개(만루 홈런 1개 포함)가 주자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그만큼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숭용 SSG 감독은 "본인도 그 부분이 스트레스인 거 같다. 경기하면 실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예전 같으면 파울이 됐는데 올해는 (피)홈런이 돼버린다. 본인도 안 맞으려고 해서 어렵게, (스트라이크존에) 꽉 차게 던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김광현이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에 고전한다는 얘기가 꽤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된 ABS 체제에선 심판이 아닌 기계에 설정된 가상의 존을 통과한 공에만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한 야구 관계자는 "김광현의 투구 각이 ABS에 잘 맞지 않는다. 주 무기 슬라이더가 (ABS 존을 벗어나) 스트라이크에서 손해를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숭용 감독은 "ABS를 하기 때문에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이 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려고(던지려고) 하다 보면 그게 맞아 나간다"며 "어차피 ABS는 계속할 거다. 완벽하게 들어가기 어렵다면 템포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올해는 (김)광현이에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계에 적응하는 건 선수의 몫이다. 잔여 정규시즌 김광현이 피홈런을 억제할 수 있느냐는 SSG 5강 경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숭용 감독은 "광현이가 완전히 어렸을 때 말고는 계속 승승장구했다"며 "올해 경험으로 인생에도, 야구에도 더 깊이가 생겨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덕담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