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개막한 2024 우리은행 박신자컵이 조별리그에서부터 ‘혈투’로 이목을 끈다. ‘혈투’로 부를 만한 치열한 경기가 이어지고, 주목할 만한 스타가 나온다.
박신자컵은 한국 여자 농구 전설 박신자 전 감독을 기리기 위해 창설한 대회다. 창설 초기엔 각 구단의 유망주들을 위한 무대였지만, 점차 국제 무대로 지위가 커졌다. 올해는 일본·대만 등 인근 국가의 명문팀을 포함한 10개 구단이 한국 코트에서 진검승부를 함께하고 있다.
주인공은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지난 1일에는 2024 W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홍유순(19·인천 신한은행)이 4점 6리바운드 활약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공격 리바운드, 중거리 슈팅 등 각종 장기를 뽐냈다.
하루 뒤엔 ‘국대 슈터’ 강이슬(30·청주 KB)의 손끝이 뜨거웠다. 그는 지난달 끝난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사전예선 참가 탓에 1차전을 건너 뛰었다. 휴식을 취한 뒤 소화한 히타치 하이테크(일본)와의 조별 2차전에서 3점슛 8개 포함 33점을 몰아치며 팀의 대회 첫 승리를 이끌었다. 상대가 거센 추격으로 점수 차를 좁혔을 때마다, 완벽한 3점슛을 터뜨린 것이 백미였다. 3쿼터엔 4개의 3점슛을 모두 성공하며 상대를 무력화했다.
같은 날 부산 BNK와 도요타 안텔롭스(일본)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BNK는 지난시즌 WKBL 최하위, 도요타는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엎치락 뒤치락하는 공방전이 열렸다. 정규리그에서나 볼법한 패턴 플레이와, 이를 막으려는 트랩 디펜스가 펼쳐졌다.
진검승부 끝에 웃은 건 BNK였다. 4쿼터 막바지 김소니아가 결정적인 쐐기 득점에 성공하며 격차를 3으로 벌렸다. 도요타의 마지막 3점슛은 림을 외면했고, BNK 역시 대회 첫승에 성공했다. 워낙 힘든 경기 였던 탓이 이 경기를 중계한 임용수 캐스터가 “격투기를 보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을 정도였다. 스스로를 ‘농구 꼰대’라고 칭한 김소니아는 “코트 안에서 열심히 안하면 눈이 돈다”라면서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을 강조했다.
이밖에 올 시즌 WKBL에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로 한국 코트를 밟은 선수들이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눈도장을 찍고 있다. 히라노 미츠키(용인 삼성생명) 나가타 모에(KB) 이이지마 사키(BNK) 등은 이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다는 평이다.
조별리그부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박신자컵은 오는 6일까지 2개 조 풀리그를 소화한 뒤, 7일부터 4강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결승전은 오는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