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격려했던 두 수비수가 축구대표팀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10년 만에 출항한 홍명보호의 오른쪽 수비수 황문기(28·강원FC)와 황재원(22·대구FC)의 얘기다.
K리그를 대표하는 풀백 황문기와 황재원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나란히 승선했다. 홍명보호는 9월 A매치 기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2차전(5일 팔레스타인·10일 오만)을 소화한다.
리그 1위 팀의 주전 수비수 황문기는 20대 후반 나이에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다. 황재원은 컨디션 난조로 빠진 김문환(29·대전하나시티즌)을 대신해 생애 두 번째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둘의 인연은 지난 7월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를 위해 뽑힌 팀 K리그에서 얽힌 바 있다. 당시 토트넘(잉글랜드)과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한 경기를 위해 별도의 팀 K리그가 선발됐다. 먼저 합류한 건 황재원이었는데, 그가 발목 부상으로 최종 낙마했다. 대신 황문기가 대체자로 합류했고, 그는 본경기서 빼어난 활약을 펼쳐 사령탑인 박태하 감독으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믹스트존에서 황문기는 “대체 발탁 소식을 들었을 때, 무거운 마음이 있었다. 황재원 선수가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한 요청이 없었음에도, 본인이 먼저 후배를 향한 따뜻한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한편 황재원은 지난달 대표팀 명단 발표 전 본지와 통화에서 “새로운 대표팀이 출범했으니, 관심이 간다. 그런데 내 자리에 경쟁자들이 너무 잘한다. 특히 황문기 형은 진짜 잘하신다. 꼭 뽑혀야 될 선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랬던 두 선수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넘어야 할 산은 높다. 홍명보 감독의 제자이자, 유럽파인 설영우(26·츠르베나 즈베즈다)가 단연 오른쪽 수비수 1순위로 꼽힌다. 사실상 치열한 ‘2옵션’ 경쟁이 예상된다. 황문기와 황재원 모두 볼을 잘 다루고,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A매치 데뷔전을 꿈꾸는 황문기는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현실로 다가오니 믿기지 않는다”며 “주어진 환경과 현실, 그리고 지금이 제일 중요하다. 매 훈련을 마지막이라 생각하면 나중에 좋은 자리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