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대 회사원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은행들의 규제에 다급하게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다. 이뿐 아니라 당장 주담대가 급한 실수요자들이 은행 창구를 돌면서 대출을 구걸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1주택자의 주담대 규제가 강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이 1주택자의 주담대 취급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금융권에서 이런 움직임은 계속 퍼지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725조3642억원으로 7월 말 715조7383억원에 비해 9조6259억원이나 불어났다.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잡히자 않자 금융당국은 은행을 옥죄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눈치를 보면서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서 문제다. ‘1주택자의 수도권 진입’이 봉쇄되면서 중대사를 앞둔 실수요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가령 자녀가 수도권 지역으로 진학이나 전학가는 경우, 수도권 발령으로 이직을 하는 직장인 등이 갑작스러운 규제에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40대 지방 거주자는 “지방에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권 진입이 차단된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주택자들의 패닉은 금융당국의 엇박자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은행 감독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수장인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갭투자 등 투기 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복현 원장은 가계대출과 관련해 '센 개입 필요', '계획 대비 초과 대출 은행에 페널티', '실수요자 보호' 등 오락가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이 원장의 발언에 금감원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의 수장인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에 변화가 없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어 가계대출 급증세가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등 추가적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021년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금융당국이 은행에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는데 당시에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같은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실수요자의 혼란이 덜 했다”며 “지금은 은행이 어떤 규제를 내더라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10일 주요 은행장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연다. 더 이상 혼선이 없도록 당국 입장이 정리된 명확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