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일럿’과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로 흥행 2연타에 성공하며 또 한 번 커리어 정점을 경신한 배우 한선화가 일간스포츠 창간 55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중구 KG타워를 찾았다.
한선화는 “정말 오랜만에 일간스포츠 사옥에 와보는 거 같다. 신인 시절 생각이 많이 난다”며 해사하게 웃었다.
“데뷔 때부터 인연을 쌓아왔던 매체라 감회가 더 새로운 거 같아요. 인터뷰로나마 55주년을 함께 축하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또 감사드려요.”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은 직후 마주한 자리인 만큼 한선화에게도 축하 인사를 먼저 건넸다. “뿌듯하면서도 감사함이 크다”고 운을 뗀 그는 “특히 제 작품으로 ‘웃었다, 힘을 얻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오히려 제가 응원받는 느낌이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일궈낸 한선화의 성취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우연이나 기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지난 2009년 걸그룹 시크릿으로 정식 데뷔한 그는 여느 연기돌과 달리 조단역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갔다. 출발점은 2013년 방송된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이었다. 이후 ‘신의 선물-14일’, ‘장미빛 연인들’, ‘자체발광 오피스’ 등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배우로 자리 잡았고, 2021년 ‘술꾼도시여자들’로 ‘인생캐’를 만나며 연기 인생 첫 전환점을 맞이했다.
한선화는 아이돌이란 수식어를 완전히 떨쳐내고 배우로 안착하기까지,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동력을 묻는 말에 “지독함이 아닌가 한다”며 미소 지었다.
“작품을 하면서 늘 저의 지독스러움을 보는 거 같아요. 이 작품, 캐릭터를 잘 해내고 싶은 끈질긴 욕구 혹은 열정이 있죠.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본 맛을 알기 때문에 계속 반복하는 거 같고요. 성취감이 주는 행복이 있죠.”
한선화의 ‘지독스러움’은 최근에도 발휘됐다. 한선화는 추석 직전 크랭크업한 김종관 감독의 신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를 떠올리며 “호락호락하지 않은 역할이라 촬영 내내 스스로를 괴롭혔다”고 장난스레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꿈을 이룬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원래 김종관 감독님 팬이에요.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처럼 잔잔하고 감성적인 작품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예전부터 막연하게 함께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이 작품 제안을 받은 거죠. 감독님 작품을 하게 된 것만으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성장 동력이 지독함이라면, 타인이 바라본 배우 한선화의 힘은 경험의 소중함을 알고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유연함에 있다. 실제 한선화는 작품이나 캐릭터의 경중에 구애받지 않는 배우이자, 이미지 소비 혹은 고착화에 대한 타인의 기우조차 자신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배우다.
“특정 이미지 자체도 관련 작품이 사랑받았기에 가능한 평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고민보다는 순간을 즐기며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죠.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고, 결국 제가 걸어온 길이 새로운 기회를 주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그렇다는 걸 깨달은, 현재의 결괏값이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죠. 가깝게는 김종관 감독님 영화도 그렇게 연결됐고요.”
현재 차기작 검토에 한창이라는 한선화는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모으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크든 작든 매 작품, 캐릭터가 절 성장하게 만들어줬으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것들을 딛고 앞으로 나아갔고 또 그렇게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늘 제게 주어진 걸 열심히 하려고 해요. 그렇게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은 반드시 온다고 믿고요.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일간스포츠도 저의 곁에서 변함없이 좋은 정보를 나눠줄 수 있는 매체로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항상 응원하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