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감독은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로 곽빈을 낙점했다. 곽빈은 올해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리그 다승 공동 1위다.
곽빈은 올해 두산 선발진을 홀로 이끌었다. 30경기 167과 3분의 2이닝으로 팀 내 최다 이닝, 선발 투수 최다 경기를 소화했다. 올해 두산 투수 중 규정 이닝을 채운 건 곽빈이 유일하다. 지난해(23경기 2.90)보다 평균자책점이 높아졌지만, 곽빈은 여전히 에이스다.
정규시즌 매 경기 총력전을 선언했던 이승엽 두산 감독도 곽빈은 우선 믿고 지켜볼 생각이다. 이 감독은 "물론 곽빈이 초반 흔들리는 경우도 생각하겠지만, 곽빈을 믿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승리한 투수"라고 전했다.
30일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곽빈은 "선발 투수로 30경기를 던져본 게 처음이다. 몸 관리 중요성, 잘 풀리지 않을 때 극복하는 법을 많이 알게 된 시즌"이라며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시즌 초 목표로 한 것들은 다 이뤘다. 정말 기쁘다"고 돌아봤다.
곽빈은 "날이 서늘해지니 가을 야구를 한다는 실감이 난다. 90%는 재밌겠다 싶고, 10%는 걱정도 된다. 1차전 부담이 없진 않아서 그렇다"며 "그동안 가을 야구를 3번 했는데 모두 1차전 선발이었다. 운이 좋았고, 감사한 일"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에이스가 되기 전부터 1차전 등판을 경험했다. 지난 2021년 막 재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곽빈은 그해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선발로 가을 야구에 데뷔했다. 이어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에 나섰다.
곽빈은 지난해에도 당당히 에이스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출격했다. 그러나 끝이 좋지 못했다.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NC 다이노스를 제압했지만, 4회 일시에 흔들려 5실점 하며 무너졌다.
곽빈은 지난달 24일 마지막 홈 경기 때 팬들에게 "지난해 안 좋았는데, 올해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는 "괜히 그렇게 말했다"고 멋쩍게 웃으면서 "그냥 말하지 말고 던질 걸 그랬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하겠다"라고 했다.
곽빈은 "사실 빨리 2일(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이 와서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긴장된다"며 "그동안 가장 긴장했던 경기가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 결승전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결장해 '못 던지면 일본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떠올렸다.
말과 달리 곽빈은 당시 5이닝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은 패했으나 태극마크를 달 자격을 증명했다. 그는 "긴장할 때는 빨리 내 템포를 찾는 게 먼저"라며 "경기를 지배하는 건 투수다. 내가 던져야 승부가 시작된다. 그럴 수 있는 내 템포를 찾고 경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곽빈은 긴 이닝을 홀로 책임지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곽빈은 "점수를 안 주는 게 먼저"라며 "가을 야구는 단판 승부이고, 토너먼트다. 매 경기가 소중하기에 빨리 마운드에서 내려가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 하나 믿고 해보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