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무책임한 증인 채택이 있을까. 하이브가 7일 열리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 주요 증인에서 ‘쏙’ 빠졌다. SM, JYP, YG 등 3대 가요기획사는 모두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참석하는 가운데, 하이브만 자회사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현재 하이브 관련 인물을 이번 국정감사 증인으로 확정한 곳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두 곳이다. 환노위는 ‘사내 따돌림’ 문제로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더불어 하이브의 ‘사내 따돌림’을 주장한 뉴진스 멤버 하니 역시 참고인 명단에 올라있다.
정작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관련이 깊은 문체위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기자회견으로 확산된 열악한 K팝 문화산업 환경 문제를 다룰 예정이라면서도 정작 하이브는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3대 가요기획사는 양민석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장철혁 SM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등이 참석하는 반면 하이브는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 최준원 대표이사가 참석한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5곳(하이브, 카카오엔터, SM, JYP, YG) 중 하이브가 가장 문제가 많다는 건 이미 의원실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다. 지난달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 8월까지 최근 5년간 대형 연예기획사 5곳에 접수된 피해구제 신청 240건 중 하이브가 159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66%)을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상담도 하이브가 연예기획사 5곳 중 전체의 56.2%에 달하는 비율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이브는 대표이사가 아닌 자회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으니, 문체위가 무책임하거나 K팝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더군다나 지난 4월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 감사 이후 불거진 하이브와 민희진 전 대표와의 갈등은, 올해 K팝 산업에 가장 뜨거운 이슈인데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음반 밀어내기 등은 K팝 산업에서 꼭 짚어야 할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K팝 기획사 중 유일한 대기업인 하이브는 자회사 대표를 부르고 다른 3사 대표만 증인으로 부르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팝 산업에서도 대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뉴진스 팬들이 방시혁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경영진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달라는 요청을 문체위 의원실에 팩스와 문자, 전화로 요청을 하고 나서야 비로서 이 문제가 공론화됐다는 것도 비판을 받는 이유다.
문체위 소속 의원들이 3대 가요 기획사 대표에게 K팝 산업의 현안에 대해 들으려 했다면, 당연히 K팝 산업의 유일한 대기업 하이브의 대표에게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문체위의 이번 K팝 산업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대기업 봐주기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