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패배의 아픔을 딛고 LG 트윈스는 달리고 또 달렸다. LG 팀 컬러인 '뛰는 야구'는 단기전에서 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LG는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7-2로 이겼다. 승리의 징검다리는 더블 스틸이었다. LG는 0-2로 뒤진 3회 말 선두 타자 박해민의 내야 안타와 후속 타자 문성주의 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후 홍창기 타석에서 박해민과 문성주가 더블 스틸에 성공했다. 홍창기의 내야 땅볼 때 박해민이 홈을 밟았다. 뒤이어 신민재가 2-2 동점을 만드는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신민재의 도루까지 더해 준PO 한 이닝 최다 도루(3개) 기록을 세웠다. 염경엽 LG 감독은 "(먼저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 해민이가 잘했다. (박)해민이의 도루와 (신)민재의 동점타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LG 지휘봉을 잡자마자 '뛰는 야구'를 강조했다. LG는 지난해 팀 도루 1위(166개, 2위 두산 베어스 133개)였다. 다만 도루 성공률은 리그 평균(72.4%)보다 낮은 62.2%에 머물렀다. 도루 실패가 잇따르자 '도루 무용론'이 나왔다.
염경엽 감독은 부임 2년 차인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는 타이밍에 맞춰 베이스를 훔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또한 여러 선수에게 줬던 그린라이트(벤치의 사인 없이도 도루할 수 있는 권한)를 박해민과 신민재에게만 부여했다.
올 시즌 LG는 두산 베어스(184개)에 이어 팀 도루 2위(171개)를 기록했다. 도루 성공률은 68.4%로 올라 리그 평균(74.4%)과 격차를 좁혔다.
지난 5일 준PO 1차전에서 LG는 도루에 웃고 울었다. 신민재(2개)와 오지환(1개)이 4회와 6회 말 도루를 시도했고, 이는 득점으로 연결되는 징검다리가 됐다. 그러나 9회 말 2사 1루에서 대주자로 투입된 김대원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KT 포수 장성우의 송구에 태그 아웃,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김대원이 2루를 훔치면 단타 하나로 동점을 만들려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2차전에서) 똑같은 상황을 맞더라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역전을 위해) 홈런을 기다리지, 왜 도루했을까'라고 한다면 제가 드릴 이야기는 없다"라고 말했다.
염경엽 감독은 2차전에서도 과감하게 도루 사인을 냈다. 그는 "(3회 무사 1·2루에서) 좋은 스타트가 걸렸을 때는 뛰어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라며 "판단은 선수가 했다. 벤치에서 '뛰어도 좋다'는 사인을 내면 안 뛰어도 된다. 마침 체인지업 타이밍이었고, 주자가 쉽게 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해민이가 잘했다"라고 칭찬했다.
LG는 준PO 두 경기에서 총 7차례 도루를 시도해 성공 6회, 실패 1회를 기록했다. 성공률 85.7%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