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에서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소형준(23)을 이강철 KT 위즈 감독이 잡았다. 한참을 얘기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소형준의 모습은 밝았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KT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와 2024 신한은행 SOL 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5차전을 치른다.
1차전에서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던 KT는 2~3차전에서 내리 패하면서 흐름을 내줬다. 하지만 홈에서 치른 4차전에서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하면서 승부를 5차전까지 끌고 왔다.
다만 4차전에선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5-3으로 앞선 8회 1사 1루에서 투입한 소형준이 안타를 잇따라 허용하면서 동점을 내준 것. 다행히 이후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이 무실점으로 이닝을 틀어 막고 승리해 다행이었지만,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투수 교체에 미스가 있었다"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자칫하면 '소형준을 투입한' 결정에 대한 자책으로 들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11일 경기 전 소형준을 불러세운 이강철 감독은 "네가 못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너는 잘 던졌다"라고 고백했다.
단순히 선수의 용기를 북돋기 위해 한 빈 말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11일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도 "소형준이 잘 던졌다. 땅볼도 잘 유도해냈다"라며 그를 감쌌다.
감독의 말을 듣고 돌아온 소형준은 한층 후련한 모습이었다. 소형준은 "내가 땅볼 유도형 투수인데, 전반적으로 땅볼 타구가 잘 나왔고 운이 없는 타구가 많이 나왔다고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다"라고 대화의 내용을 공개했다.
빗맞은 안타로 인한 실점, 소형준 개인으로선 아쉽지 않았을까. 하지만 소형준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안된다. 그건 '하남자'다"라고 웃으면서 "더 확실한 공을 던지기 위해 열심히 (5차전을)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 (박)영현이에게 빚을 졌다"며 "5차전에선 확실히 빚을 갚고 싶다"라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