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닝 타임이 끝나고 이어진 6회 초, 홈팀 삼성 라이온즈 야수들이 수비 포지션으로 이동하자 갑자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가 들썩였다. 3루 홈팀 응원 팬들이 김헌곤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한 것. 이는 김헌곤이 좌익수 수비 위치에 서기까지 계속됐다.
앞선 5회 말 터진 김헌곤의 쐐기 2점포에 팬들이 열광한 것. 귀중한 홈런이었다. 3-1로 근소하게 앞선 5회 2사 1루 상황서 타석에 들어선 김헌곤은 상대 투수 유영찬의 5구 슬라이더를 퍼올려 좌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사실상 삼성 쪽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 홈런이었다.
김헌곤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헌곤은 6-1로 앞선 7회 말에도 홈런을 또 쏘아 올렸다. 선두타자 김지찬의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루에서 상대 투수 김유영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사실 김헌곤의 홈런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날 김헌곤은 '좌투수 선발'을 겨냥한 박진만 감독의 승부수였는데, 리드오프와 중심타선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기대했을 뿐, 정규시즌 117경기에서 9개 홈런을 때려낸 선수에게 해결사 역할을 기대한다는 건 욕심이었다. 하지만 김헌곤은 그 이상의 활약을 해냈다. 4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10-5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만난 김헌곤은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돼 기쁘다. 기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분위기가 왔을 때 팀원들 사기를 위해 하트 동작을 했는데 과했나 싶다"라고 웃었다. 김헌곤 역시 주장 출신이다.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솔선수범해서 분위기를 끌어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본능적으로 나온 동작이었다.
이어 6회 팬들의 연호를 들었을 때를 돌아보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장면이었다. 야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헌곤의 활약에 삼성도 걱정을 덜었다. 이날 경기 초반 핵심 타자 구자욱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불의의 사고가 있었다. 구자욱은 좌측 무릎 인대 미세손상으로 3, 4차전 출전이 힘들어졌다. 이에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겼지만 흥이 나지 않는다"라면서도 "구자욱의 빈 자리는 최근 타격감이 좋은 김헌곤과 윤정빈 등으로 메울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김헌곤의 각오도 남다르다. 구자욱의 부상 이탈에 대해 "팀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 선수라 마음이 무겁다.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최대한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김헌곤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내가 치고 못 치고가 중요하지 않다. 몸쪽 가까이 공이 날아오면 다 맞을 거다"라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