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현은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 서스펜디드(일시정지) 경기 6초 무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밟았다. 이틀 전 우천으로 중단된 KS 1차전 상황 그대로 경기가 재개됐는데 KIA가 어떤 투수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 21일 KS 1차전 6회 우천 중단 직전 투수는 오른손 장현식. 볼카운트는 1볼이었다.
타자가 왼손 김영웅이라는 걸 고려해 여러 경우의 수가 가능했다. 장현식을 계속 내보내거나 그를 왼손 투수 혹은 다른 오른손 투수로 바꿀 수 있었다. 이날 경기 전 이범호 감독은 "(어떤 투수를 내세울지) 작전상 말씀드릴 순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투수를 내는 게 좋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을 아꼈다. '어제 결정과 바뀐 거냐'는 취재진 질문엔 "바뀌었다"라고 부연했다.
이범호 감독은 서스펜디드 경기가 재개된 직후 투수를 전상현으로 교체했다. 상대 작전을 간파하려는 듯 전상현은 초구를 던지려다 발을 뺐는데 그 순간 김영웅은 번트를 시도하려는 듯 배트를 짧게 잡는 모습을 취했다. KIA 배터리의 노련함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결국 김영웅은 전상현의 초구 직구에 번트했는데 포수 김태군이 곧바로 3루에 던져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1사 1,2루. 한숨 돌린 전상현은 박병호를 헛스윙 삼진, 후속 윤정빈의 볼넷으로 2사 만루에 몰렸으나 이재현을 투수 땅볼로 유도, 이닝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