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배구 '레전드 리베로' 여오현(46) IBK기업은행 코치가 친정팀 현대캐피탈 홈 코트에서 공식 은퇴식을 가졌다. 여 코치는 "안녕이라는 말 대신 '다시 뵙겠습니다'라고 하고 싶다"라며 성원을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현대캐피탈은 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도드람 2024~25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1라운드 경기이자 홈 개막전을 앞두고 여오현 코치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1978년생 여 코치는 4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V리그에서만 21시즌을 뛰었다. 소속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9번 이끌었고, V리그 최다인 1만3244개 수비를 해내는 등 수 많은 최대 기록을 경신한 역대 넘버원 리베로다. 플레잉 코치로 지난 시즌을 마무리한 뒤 IBK기업은행 코치로 부임하며 선수 생활을 마무리 했다.
여오현 코치는 이날 핸드 프린팅에 이어 이교창 현대캐피탈 단장으로부터 황금 트로피를 수여 받았다. 한국배구연맹이 마련한 수비 신기록상 시상식도 가졌다.
이어 여오현 코치는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내 목소리가 떨렸고, 눈시울도 붉거졌지만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감정을 추스르며 말을 이어갔다. 더불어 그동안 자신을 지원해 준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공식 행사를 마치고 취재진과 얘기를 나눈 여오현 코치는 "많이 울면 소속팀 선수들이 놀릴까 봐 참으려 했다"라며 비로소 웃었다. 팬들을 향한 편지는 일주일 전부터 썼다가,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작성했다고. 경기장 밖에 팬들을 위해 마련한 커피 트럭 앞에서 한 차례 팬들과 만난 그는 "코트 밖에서는 괜찮았는데, 안에 들어오니까 선수 생활 겪은 일들이 생각이 나서 더 울컥한 것 같다"라고 돌아보기도 했다.
전날 현대캐피탈에서 11시즌 동안 함께 뛰었던 후배 문성민이 전화를 와서 미리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문성민·최민호 등 현재 현대캐피탈 베테랑 선수들은 여오현 코치와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전우'들이다. 여 코치는 "선수 시절 잘 따라줘서 너무 고마운 후배들"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지도자로 제2의 배구 인생을 걷고 있는 여오현 코치. 유관순체육관을 함성과 박수로 메워준 배구팬을 향해 "나는 운이 엄청 좋은 선수였다. 과분한 사랑 너무 감사했다"라고 재차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