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알을 깨기 시작한 김서현(20·한화 이글스)이 대표팀 최종 승선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쿠바와 1차 평가전에서 류중일 감독에게 자신의 장점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최고 155㎞/h 구위와 변화구를 뿌리는 배짱 모두 류중일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김서현은 지난 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 K-베이스볼 시리즈 1차 평가전 6회 초 구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총 13구를 던지는 동안 6구가 직구였는데, 모두 150㎞/h를 넘겼다. 최고 155㎞/h, 평균 153㎞/h로 절정의 구위였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93홈런을 기록했던 요안 몬카다와 맞대결에선 3볼에 몰린 후 변화구로 차근차근 볼카운트를 잡아낸 것도 김서현의 성장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2일 2차 평가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서현은 전날 투구에 대해 묻자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다. 오랜만에 나온 경기에서 구속도 잘 나왔고, 변화구도 많이 도움이 되면서 타자를 상대할 때 조금 편하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성인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김서현에겐 쿠바 대표팀과 만남이 어떻게 느껴졌을까. 김서현은 "외국 팀과 상대해본 게 (청소년 대표팀 이후) 오랜만이라 긴장되지 않을까 했는데, 마음 편하게 먹자고 생각했다. 편하게 던지니 결과도 나온 것 같다"며 "올 시즌 중반 많은 이야기를 들은 후 슬라이더와 투구 폼,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자존감도 많이 올라오는 등 지난해와는 달라지는 변화가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서현은 "구속을 따로 의식하진 않았다. 다만 코치님께서 하체 위주로 써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그 부분만 신경 썼다"고 했다.
김서현은 이번 대표팀 훈련 참가에 앞서 한화 마무리 훈련은 소화하지 않은 바 있다. 대표팀 훈련에 가 최선을 다 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오길 바란 한화 구단의 뜻이 담긴 결정이다. 그렇게 찾게 된 훈련장에서 김서현이 만난 멘토 중 한 명이 '제구 마스터' 고영표다. 고영표는 김서현의 슬라이더보다 느린 패스트볼을 던지지만, 각 큰 체인지업과 패스트볼을 자유자재로 스트라이크에 꽂으면서 국내 최고 선발 투수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김서현은 "고영표 선배님께서 투구 폼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많은 부분은 아니고, 팔 앞 부분을 조금만 잡아두고 간다면 제구 잡기가 훨씬 편할 것이라고 해주셨다. 캐치볼할 때부터 그 부분을 생각하면서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왕 참가한 대표팀 훈련이다. 김서현은 당연히 최종 명단까지 승선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또 류중일 감독 눈에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류중일 감독은 "어제도 얘기했지만, 빠른 공으로 3개를 던진 게 빠지더라. 또 빠른 공으로 승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3볼에서 변화구를 잘 던지지 않는 법"이라며 "그런데 던지더라. 또 두 번째 공도 변화구로 던지더라. 그리고 세 번째까지 변화구를 던져서 타자를 잡아내더라"라고 감탄했다. 류 감독은 "앞으로 대성할 수 있는 선수다. 이렇게 빠른 공에 변화구만 장착된다면 최고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서현은 "어제 칭찬해주신 내용도 기사로 봤다.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 드린다. 좋게 봐주시니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며 "그래서 그런지 끝까지 살아남아서 해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이를 들은 류중일 감독은 "가서 잘 하자"고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