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으로 성인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이태석(22·포항 스틸러스)은 이을용(49) 용인시축구센터 총감독 장남이다. 아버지의 ‘축구 DNA’를 물려받은 이태석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잠재력을 뽐냈다.
지난 4일에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태석은 같은 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많이 얼떨떨하지만, 기쁘고 설레고 긴장된다”며 “아버지가 축하해 주셨고 이후에 멘털, 자신감 등 (대표팀에 가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을용 총감독은 한국 축구 레전드 중 하나다.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이며 2006 독일 월드컵까지 출전했다. 199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 총감독은 2006년까지 A매치 51경기에 나서 3골을 기록했다.
아들 이태석이 어엿한 국가대표가 되면서 이을용 총감독-이태석은 한국 축구 역사상 세 번째 ‘부자 국가대표’가 됐다. 앞서 고 김찬기-김석원, 차범근 전 감독-차두리가 부자 국가대표로 활약한 바 있다.
이태석은 “당연히 우리 가족에게 자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또 다른 기록을 향해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태석과 이을용 총감독은 외적으로 날렵한 눈매가 판박이며, 축구선수로는 날카로운 왼발 킥이 닮았다. 이태석은 왼쪽 풀백, 이 총감독은 미드필더로 포지션은 다르다. 이태석은 “당연히 아빠 아들로 태어났으니 닮지 않았겠는가”라고 웃으며 “플레이는 내가 아빠보다 한참 뒤져 있다. 아빠를 능가하는 게 내 목표”라고 했다.
유년 시절부터 이태석에게 이을용 총감독은 좋은 ‘스승’이었다. 그는 “(지금도) 항상 경기 때마다 피드백을 주신다. 아직도 경기를 봐주시면서 안 좋을 때 쓴소리도 듣고, 좋을 때 좋았다는 당근과 채찍을 늘 주신다. 그런 게 내게는 너무 큰 힘”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대표팀의 왼쪽 수비수 자리는 무주공산이다. 홍명보 감독이 매번 새 얼굴을 호출해 테스트하는 이유다. 이명재(울산 HD)가 꾸준히 뽑히고 있고, 오른발잡이인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홍명보호에서 좌측 풀백으로 활약한 적이 있다. 이태석도 경쟁력을 인정받는다면,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 수도 있다.
그는 “나는 인버티드 풀백(필드 안쪽으로 들어와 빌드업에 관여하는 풀백)을 소화할 수 있다. 팀이 볼을 가졌을 때 미드필더를 도와주는 움직임, 사이드에 갔을 때는 공격포인트 (적립) 등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대표팀에서 손흥민(토트넘)을 가장 보고 싶었다는 이태석은 “만약 경기에 들어가면 같은 라인에 서야 하는데, 대선배님과 섰을 때 어떻게 플레이해야 할지 여러 상상도 많이 해봤다”며 “공격적인 움직임이나 1대1 상황에서 정말 뛰어나셔서 내가 미끼 역할을 하고, (손흥민이) 더 돋보일 수 있게 플레이해야 할 것 같다”며 기대했다.
‘국가대표’ 타이틀을 얻은 이태석은 “대표팀에 들어간다는 1차 목표는 잘 이뤘다. 그러나 대표팀에 꾸준히 올 수 있게 운동 첫날부터 내 모습을 잘 보여드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