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 씨 국극 연기요? 실력이 웬만한 배우들보다 좋아요. 김태리 씨가 하는 연기 보면서 당시 여성 국극 선배님들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여성국극 3세대 배우이자 여성국극제작소 대표인 공연예술가 박수빈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에서 국극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김태리의 연기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박수빈 대표는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여성국극을 하는 배우들은 정말 어디 내놓아도 약하지 않다. 기가 정말 세다고 말할 수 있다”며 “당시 여성들에게 있었던 많은 억압들을 벗어던지고, 해체시키려고 노력하고, ‘여성국극’이라는 엄청난 문화를 만든 사람들인데 오죽하겠냐. 김태리의 연기에는 이러한 당참이 담겼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수빈 대표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여성국극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인터뷰 초반 조심스럽게 대답했던 박수빈 대표는 여성국극에 대한 여러 질문을 시작하자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본인이 여성국극의 유일한 3세대 계승자라고 밝힌 박수빈 대표는 여성국극을 사람들에게 알릴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열정을 보였다. 중학교 1학년 때 1세대 여성국극 배우인 조영숙 명인을 만나 여성국극에 발을 들였다고 밝힌 박수빈 대표는 “9살 때 판소리를 시작했다. 국악으로 먼저 시작했다”며 “정동극장에서 열리는 상설공연들이 있는데 거기서 여성국극 단막극에 배우로 참여하게 됐다”고 시작 계기를 밝혔다.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정년이’는 첫 방송 시청률 4.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지난 10일 방송된 10회에 14.1%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정년이’의 인기를 언제 실감했는지 묻자 박수빈 대표는 “원래는 내 일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성국극’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설명해야 했다. 남역과 여역 등 정말 기본적인 것부터 구구절절하게 설명해야 했는데, 지금은 그냥 ‘혹시 정년이 아시죠?’라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으니까 편하다”며 “과거에 여성국극이라는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드라마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다”고 전했다. 이어 “‘정년이’는 여성국극 장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작품이다. 당시 여성국극의 공연 실황이나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1940~50년대는 여성 국극의 부흥기였다고 설명한 박수빈 대표는 당시 여성 국극의 인기는 현재 K팝이 보여주는 파급력, 그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박수빈 대표는 “당시 공연 예술이라는 장르가 없었던 시기로 여성 국극을 보기 위해서 하루 꼬박 걸려 이동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다. 여성 국극 배우라고 하면 프리패스였다”고 전했다. ‘정년이’에서 배우 정은채가 연기한 문옥경 역할을 언급하며 “당시 여성 국극 배우들은 그 이상의 인기를 누린 것으로 알고 있다. 선물을 너무 많이 받아서 물건을 직접 살 필요가 없었을 정도였다고 들었다”며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면 여성 국극 1세대 배우에게 팬이 쓴 편지가 있다. ‘정년이’에 나왔듯이 저녁까지 연습하면 팬들이 기다린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1900년대 중반에 엄청난 호황기를 누린 여성국극은 1950년대 후반부터 정책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쇠퇴했다. 박수빈 대표는 현재 여성국극제작소의 대표로 여성국극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다고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수빈 대표는 “여성국극제작소라는 단체를 운영한 지 5년이 지났다. 여성국극을 알리기 위해서 정말 많은 일들을 했다. 사비를 털어 유지한 부분도 많다”며 “그럼에도 계속 여성국극에 대해 목소리를 낸 이유는 근대 문화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수빈 대표는 여성국극제작소의 대표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발로 뛰고 있다. 그는 “제작소라고 명칭을 붙인 이유는 여성국극을 이 시대에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가진 작업들을 제작하겠다는 뜻”이라며 “과거 여성국극 배우로 활동했던 선배님들의 역사를 복원하고 재연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여성국극이 당시 가졌던 문화적, 역사적 의미를 잘 간직하고 지금 시대의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찾아가는 과정을 잘 융화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지금까지 여성국극제작소를 운영한 것이 오로지 혼자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며 “안병도 운영 위원장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여성국극을 이어오기 위해서 도움을 주셨다.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여성국극제작소 대표로 혼자서 많은 것을 맡아서 일하고 있는데 이건 사실 슬픈 이야기거든요. 현재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혼자서 뭐라도 해보려고 시작하게 된 거예요. 최근 ‘정년이’를 통해 여성국극이 관심을 많이 받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성 국극에 몸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일거리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