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그동안 만 70세가 되면 임기가 남았어도 자리를 떠나야 했던 내부 규범을 바꿨다. 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 룰이 바뀐 것이다. 함 회장은 ‘70세 룰’ 대상자로 내년 연임이 되면 임기를 다 마칠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에 따라 최장 3년은 더 자리를 보전할 수 있게 됐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 개정 사항을 지난 10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공시에서 하나금융은 이사 선임 임기와 관련된 새 규범 가운데 '이사의 재임 연령은 만 70세까지로 하되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는 경우 최종 임기는 해당 임기 이후 최초로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한다'고 변경했다. 기존 ‘해당일 이후’였던 규정이 ‘해당 임기 이후’ 주총 소집일로 임기 종료 시점을 바꾼 것이다.
하나금융 소속 모든 이사에게 해당되는 규범으로, 함 회장 역시 포함된다. 1956년생인 함 회장은 2026년 만 70세가 된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함 회장이 연임할 경우, 기존 규범에서는 만 70세 이후 첫 주총이 열리는 2027년 3월까지만 재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 규범에 따라 2028년 3월까지 회장직 수행이 가능해진 셈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금융지주를 제외한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재임 중 만 70세가 돼도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와 비슷한 룰을 하나금융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2016년 7월 하나금융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제정할 때부터 유지돼왔다가 이번에 처음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 2일 열린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결의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내부통제 관리 체계를 확고히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이사의 임기를 보장하여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함 회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에서 규범을 개정한 터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임기가 3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전 회장 때도 내부 규정을 바꿔 연임 시도를 했다가 논란이 거세지면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만 70세에 퇴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를 마치는 시점에서의 내부규범 변경은 현재 성적표가 좋은 하나금융이 현 회장 체제를 당분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