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21·두산 베어스)은 올해 77경기에 등판해 6승 1패 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2.89로 두산 필승조 한 축으로 활약했다.
이병헌은 2023년 제구가 흔들리며 이승엽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왼손 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0.247 피장타율 0.297 피OPS(출루율+장타율) 0.617을 기록했다.
이병헌은 팀의 포스트시즌 탈락 직후 발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바로 2025년 준비에 들어갔다. 최근 본지와 만난 이병헌은 "이제 달리는 데에도 문제없고, 공도 던지고 있다. 스프링캠프 및 내년 시즌 준비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고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호성적 뒤엔 혹사 논란이 따랐다. 이병헌이 소화한 77경기는 노경은(SSG 랜더스)과 최다 공동 1위다. 연투 22회(3위)를 기록했고, 구원으로 1이닝 넘게 던진 경기도 17회(공동 9위)로 적지 않았다. 두산 유일한 왼손 필승조였다. 설상가상 외국인 투수들이 연달아 부상 이탈해 이닝이 더 늘어났다.
이병헌은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못 던질 정도는 아니었다"며 "선수가 경기에 많이 나가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던졌다. 힘들 때도 다음 경기엔 나가고 싶더라. 올 시즌 남긴 기록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은 이병헌에겐 '호재'였다. 판정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어서다. 그는 "난 원래도 보더라인 제구를 신경 쓰지 않고 던지는 투수였다. 역투가 나와도 ABS 잡아주니 마음 편하게 던졌다"고 돌아봤다.
과제도 있다. 이병헌은 올해 왼손 타자는 손쉽게 잡았으나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0.275 피장타율 0.400 피OPS 0.800을 기록했다. 왼손 타자에겐 밖으로 달아나는 슬라이더가 있지만 오른손 타자를 잡을 확실한 결정구가 아직 부족하다.
이병헌은 "아직 우타자에게 던질 수 있는 구종에 한계가 있다. 내년엔 구종을 늘려가며 타자를 상대해 보고 싶다. 올해 체인지업을 (박)치국이 형에게 배웠다. 직구 구위가 좋을 땐 우타자도 상대할 수 있었는데, 구위가 떨어지니 쉽지 않았다. 지금은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모두 연습 중"이라고 전했다.
장기적인 목표도 있다. 선발 도전이다. 목표를 묻자, 이병헌은 "선발 투수에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다"면서도 "당장은 아니고 먼 미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난 올해 불펜으로도 1시즌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선발로 도전한다고 말하는 건 내가 봐도 좀 이상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대체 선발이라도 기회가 온다면 한 번 던져는 보고 싶다"고 꿈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