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7일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추신수(42)가 한 말이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지금은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라며 "여러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 어떤 자리에 있는 것보다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 휴식기를 갖고 천천히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을 언급하며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잠시 그라운드를 떠날 것처럼 예고한 추신수의 선택은 현장 복귀였다. SSG 랜더스 구단은 '추신수를 구단주 보좌 겸 육성총괄로 선임했다'라고 지난 27일 발표했다. 은퇴 기자회견 이후 50일 만에 거취를 확정했는데 KBO리그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구단주 보좌라는 직함에 육성총괄까지 맡게 됐다는 점에서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다. 은퇴 기자회견 이후 미국으로 출국한 추신수는 지난 23일 입국, 구단과 보직을 협의했다. 애초 2군 프런트에 합류한다고 알려졌으나 역할이 더 포괄적으로 늘어났다.
구단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추신수를 처음 영입(2021년 2월)했을 때부터 단순히 선수로만 생각한 건 아니었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서 선수도 구단도 (더 나은 방향을) 고민했다"며 "추신수는 (미국에 거주 중인)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공부하고 싶어 했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두 아들이 각각 미국에서 대학교와 고등학교 야구 선수로 뛰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16년간 활약한 만큼 현지 인적 네트워크도 탄탄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설계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구단의 제안을 받고 '인천 복귀'를 결정했다.
SSG는 추신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주안점을 뒀다.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는 환경이나 지원 등 강팀이 되는 조건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졌다"며 "구단주 보좌역이라는 게 뭔가 상설로 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육성총괄이라는 보직도 어떻게 보면 제한적일 수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겸직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추신수는 시즌이 시작되면 한국과 해외를 오가면서 활동할 예정. 이 과정에서 보수는 받지 않는다. 2024시즌 연봉(3000만원)을 전액 기부하기도 한 그는 장비나 시설 등 선수와 관련한 투자를 더 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추신수의 보직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구단주 보좌와 육성총괄을 겸하면 구단 사·단장의 역할과 겹치는 부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SSG에 영입될 때부터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의 관계가 조명되기도 했다. 구단 내 실세 중의 실세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온 만큼 이번 보직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구단 관계자는 "추신수도 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생각한다. 추신수가 어느 정도 조언은 할 수 있으나 1군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직접 관여하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추신수는 1월 초 미국으로 다시 출국한 뒤 2월 미국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계획이다. 그는 "다시 한번 한국 프로야구 발전과 SSG의 일원으로 함께 일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게 돼 많이 설렌다"며 "주어진 역할과 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배움과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1군과 2군의 가교역할을 하는 등 맡은 바 임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