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26·키움 히어로즈)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데드라인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5일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공시된 김혜성은 오는 4일까지 계약을 마무리해야 한다. 영입 의사를 밝힌 구단이 원소속팀 키움에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 비용을 내야 하는 데 구체적인 목적지가 물망에 오르지 않고 있다. 11월 말 미국으로 출국한 김혜성은 지난달 말 귀국한 상태다.
김혜성은 포스팅 초기 시애틀 매리너스를 비롯한 몇몇 구단의 관심을 받았으나 이후 잠잠하다. 예상보다 인기가 크지 않다. 김혜성은 정확도와 주루 능력을 겸비한 2루 자원. 2021년부터 4년 연속 '규정 타석 3할'을 해냈고 통산 도루가 211개에 이른다. 올 시즌에는 127경기에 출전, 타율 0.326(166안타) 11홈런 75타점 30도루를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 부문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며 주가를 높였다. 시즌 뒤에는 3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2루수라는 건 이견이 없다. 다만 MLB 구단의 평가는 다를 수 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주전이나 반주전 정도로 평가해야 데려올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갖는 팀이 많지 않은 분위기"라며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하면 무조건 주전으로 써야 하는데 평가가 제한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포지션(2루수)"이라고 말했다.
김혜성은 김하성이 MLB 진출한 이후 유격수 포지션을 이어받았다. 202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는데 이듬해 2루수로 전환했다. 2021년 실책이 35개로 리그 1위. 수비 약점을 공격으로 메워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으나 보완점이 뚜렷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당시 "종합적으로 판단했다. 팀도 살고 김혜성도 살릴 방안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며 "김혜성은 수비 폭이 넓은데 3유간 긴 송구에 부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MLB에서 2루수의 가치는 유격수와 3루수에 비해 약간 떨어진다. 두 포지션에서 적응하지 못한 선수가 백업으로 이동하는 때도 있다. 김하성이 MLB 구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유격수 혹은 3루수로 활용할 수 있다는 '멀티 능력'이 돋보였기 때문인데 김혜성은 이 부분이 아쉽다. 다른 포지션을 맡기기엔 수비 능력이, 주전 2루수를 맡기기엔 상대 평가를 넘어서야 한다.
송재우 위원은 "활용할 포지션이 다양하면 구단들이 공격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데 2루만 가능하면 (좋은 조건을 받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며 "김혜성에게 관심이 있는 팀은 있다. 관건은 역시 계약 조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