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서울 SK의 S-더비전. SK 오재현이 삼성 수비를 앞에 두고 패스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우승하더라도, 경기력이 좋지 못한 채 끝내면 안 된다. 지더라도 창피하게 지지 말자고 했다."
서울 SK 오재현(26·1m87㎝)이 방심을 경계했다. 정규리그 우승을 앞두고도 더 신중한 모습이다.
SK는 2024~25 정규리그 우승을 사실상 예약했다. 5일 기준 정규리그 34승 8패(승률 0.810)로 2위 창원 LG와 8.5경기 차 1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4경기를 연달아 이기면 46경기 만에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프로농구 역대 최단기간 우승(2011~12시즌 원주 동부 47경기) 신기록이 된다.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경기 중 선수단 집중력이 흔들리는 일도 발생한다. SK는 5일 최하위 서울 삼성과 경기에서 전반을 31-46 열세로 마쳤다. 결국 SK는 75-66 승리로 경기를 마쳤지만, '전반 집중력 부족'이라는 숙제를 재확인했다.
5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서울 SK의 S-더비전. SK가 75-66 으로 승리했다. 경기종료후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capa@edaily.co.kr SK는 올 시즌 내내 열세로 출발해 후반 역전해 이긴 경기가 많았다. 8할 이상의 높은 승률에 비해 접전이 많다 보니 "PO에서는 SK가 압도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농구계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전희철 SK 감독도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매일 하소연한다.
SK 선수단도 방심을 경계한다. 오재현은 이날 20득점 9리바운드 1스틸 1블록으로 공·수에서 활약했지만, 자밀 워니(전반 5득점) 등 다른 동료들이 주춤하다 후반 살아났다. 경기 후 오재현은 "하프타임 때 미팅한 게 후반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오재현은 "하프타임 미팅에서 선수단끼리 '정규리그를 우승한다 해도 시즌 후반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다 마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나는 팀들이 우리에게 기세 좋게 덤빌 수 있다"라며 "지더라도 창피하게 하면 안 된다. 끝까지 해보자 했고, 상대가 작전 타임을 쓰도록 강하게 나서자고 했다"고 다짐했다.
집중력은 SK의 약점인 동시에 강점이다. SK는 숱한 열세에도 후반 폭발력으로 결국 정규리그 1위를 지켰다. 5일 삼성전에서도 SK는 하프타임 후 3분 16초 만에 17득점 1실점을 기록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전반전에 부진했던 워니도 3·4쿼터 각각 11·10점을 몰아쳤다.
사진=KBL 제공 오재현은 이기고도 반성했다. 그는 "솔직히 삼성을 상대로 '당연히 이기겠지'라는 마음가짐이 있어서 전반에 밀린 것 같다. 후반엔 다들 정신을 차렸다. (이런 패턴은) 시즌 초부터 있던 우리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반성했다.
수비 전담 선수로 시작했던 오재현은 현재 에이스 김선형을 받치는 두 번째 가드로 활약 중이다. 3년 전 통합 우승 때 평균 14분 15초 3.4점을 마크했던 그는 올해 30분 11초 동안 9.4점을 기록했다.
오재현은 벤치 멤버 때 초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책임감은 더했다. 오재현은 "올해는 우승이 달린 만큼 팀에 중요하지 않은 선수가 없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는 (김선형의 부상으로) 플레이 비중을 공격에 뒀다. 올해는 다른 선수들의 활약으로 부담이 덜어졌다. 내가 자신 있는 수비, 속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우승엔 여전히 목마르다. 오재현은 "3년 전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당시엔 팀에 잘하는 선배가 워낙 많고 난 벤치 멤버였다. 그런데도 우승이 정말 기뻤다. 그 마음을 알기에 올해 우승이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