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는 차라리 영어 단어를 쓰는 것이 명쾌하다. 심리학에서 쓰는 용어를 한자어로 바꾸다 보니 뜻이 바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방어기제를 영어로는 ‘디펜스 메카니즘(defence mechanism)’이라고 한다. 어떤가? 더 쉽게 이해했는가? 국어사전대로라면 방어기제는 ‘두렵거나 불쾌한 정황이나 욕구불만에 직면하였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취하는 적응 행위’이다. 쉽게 말하면 마음을 상하지 않으려고 하는 말이나 행동 따위를 말한다.
심리학에서 방어기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한 사람은 프로이트이다. 우리가 아는 명저인 ‘정신분석학 입문’을 쓴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냐고? 비슷하다. 그의 딸 아나 프로이트(Anna Freud)이니까.
뱁새 김용준 프로도 이번에야 알았다. 안나 프로이트가 아니라 아나 프로이트라는 사실을. 이름은 현지에서 부르는 대로 써야 한다는 것도. 아나 프로이트는 오스트리아 사람이어서 그렇게 불러야 한다. 그리고 방어기제는 아나 프로이트가 자기 아버지가 남긴 연구 결과를 정리하면서 정립하였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우리가 방어기제를 가장 많이 사용할 때는 언제일까? 골프를 칠 때를 꼽았다면 진정한 애독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답이다.
독자가 골프를 칠 때 보다 방어기제를 더 많이 사용한 곳이 있다면 귀띔해주기 바란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다른 일에 방어기제를 더 많이 사용한 적을 떠올리지 못하겠다.
골프에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예를 들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라운드를 시작도 하기 전부터 방어기제를 내놓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은 “아니, 비겁하게 연습을 하고 있어”라고 너스레를 떠는 것이다.
먼저 와서 퍼팅 그린에서 몸을 풀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이 말을 안 해 본 골퍼가 있을까?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오늘 공을 맞힐 수나 있을 지 모르겠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친구 얼굴이 불그레한 것을 보고 걱정을 해 주었더니 웬걸! 공만 잘 치는 것을 보고 얄미운 적은 없었는가? “내가 운전을 하고 왔으니 핸디(덤)를 더 줘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말은 차 한 대로 같이 왔다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국민 방어기제’이다.
막상 라운드를 시작하면 이 정도 방어기제는 애교에 가깝다. 첫 홀 티샷부터 마지막 홀 퍼팅을 마무리 할 때까지 셀 수 없는 방어기제를 쏟아낸다. 그 중에는 플레이어 자신을 깎아 내리는 것도 있다. “핸디캡은 바퀴벌레와 같아서 어디서든 꼭 나오기 마련”이라는 말을 안 들어본 골퍼가 있을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골퍼라도 이런 말을 내뱉기 십상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내심 라이프 타임 베스트를 기록할 수도 있다고 기대를 하고 있을 때조차도 그렇다. 실수를 해서 기대가 무참하게 깨질 때 마음이 덜 상하려고 미리 연막을 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것은 점잖은 방어기제 축에 든다. 겸손도 지나치면 미덕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제는 비뚤어진 방어기제이다. 어떤 예가 있는 지는 경험이 조금만 있는 골퍼라면 다 알 것이다. 퍼팅이 빗나갔을 때 브레이크를 조언한(advice)한 캐디 탓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 경우에 캐디에게 성질까지 부린다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친 것이다.
심리학에서 이런 비뚤어진 방어기제를 ‘성숙하지 못한 방어기제’라고 부르는 것을 새겨볼 일이다. 알면서도 골프 규칙을 어기는 것도 비뚤어진 방어기제이다.
규칙을 어겨서라도 자신이 장담하던 핸디캡을 맞추려고 한다면? 당장은 마음이 상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길게 보면 손해이다. 찝찝한 마음은 상당히 오래가기 마련이니까. 혹시 속임수를 쓴 것을 들켰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흠흠! 짐작하기에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뱁새 김 프로는 못 치는 날에도 절대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다른 핑계를 대면 대지!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있다면 ‘성숙한 방어기제’도 있느냐고?
그렇다. 가장 멋진 것은 이타적 말이나 행동이다. 다른 플레이어라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언행이 그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해서 자신의 기량이 부족하거나 그날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마음이 상하는 것을 덜어보려고 한다는 이야기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너무 점잖고 멋지지 않은가? 선전하는 ‘경쟁자’를 응원할 수 있다니! 샷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화를 내신 대신에 말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로 또 다른 것은 긍적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후반에 집중해서 핸디캡을 맞춰내겠다”는 식으로 자신을 다독이는 것처럼 말이다. 방어기제는 자신도 모르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성숙한 방어기제를 발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멋진 골퍼이다. 독자에게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뱁새도 더 노력하겠다고 독자에게 약속 한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