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규는 한국 경륜 최초로 선행 300승에 성공한 전설이다. 사진은 장보규가 2018년 3월 16일 광명 9경주에서 1위로 통과하며 통산 400승을 달성한 모습. 국민체육진흥공단 '선행 귀신' 장보규(1기·B1·대전)가 4년 만에 광명스피돔에 돌아왔다. 2021년 6월 13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갑자기 불참 사유서를 제출한 뒤 자취를 감췄던 그가 지난 13~15일 열린 광명 11회차 예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 11월, 몸 상태가 안 좋아 병원을 찾은 장보규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꿈을 꾸는 듯 멍했다. 사실이 아닐 거라고 현실을 강하게 부정했다"라고 당시 감정을 떠올렸다. 철인 3종 경기까지 해낼 만큼 강철 같은 체력을 가졌고, 호쾌한 선행 전법을 자주 보여줬던 장보규였기에 그의 투병 소식을 접한 이들도 충격에 빠졌다.
장보규는 치료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정신력이 강한 그도 멘털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병마와 싸우는 과정 하나하나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장보규는 친형으로부터 골수 이식을 받은 뒤 고비를 넘겼다. 그리고 2023년 이식받은 골수가 100% 자신의 몸에 적응했다는 소견을 받았다. 병세가 호전된 장보규의 가장 큰 바람은 안장에 올라 광명스피돔 무대에 복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가 극심했다. 근력도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 실제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 95㎏였던 체중이 퇴원 무렵 63㎏까지 줄었다.
그러나 누구도 장보규의 복귀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그는 2023년 중반 체중을 80㎏까지 회복하며 본격적으로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전 경륜 선수였던 박민수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훈련량을 늘려갔다.
백혈병을 이겨내고 광명스피돔 복귀를 앞둔 장보규. 국민체육진흥공단
2023년과 2024년 훈련 중 낙차 부상으로 양쪽 갈비뼈가 번갈아 부러지는 악재도 겪었다. 장보규는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결국 지난 13일 예비 선수로 광명스피돔에 입소하며 꿈에 그리던 벨로드롬 위에 다시 오르게 됐다.
장보규는 지정훈련에서 트랙을 질주하며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용인대 유도학과에 재학 시절 1기로 경륜에 입문해 30년 가까이 누빈 무대였다.
장보규는 "후보 선수로 광명에 입소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루빨리 복귀전을 통해 고객들을 만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잊지 않고 나를 기다려 준 많은 분께 정말로 감사하다. 꼴찌를 하더라도 매 경주 경기를 주도해 청량감 넘치는 장보규의 전매특허 선행 승부를 선보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예상지 최강경륜의 설경석 편집장은 "장보규는 1기로 경륜에 입문해 통산 436승 중 선행 승부로만 322승을 거둔 선수"라며 "장보규가 나아가는 매 순간이 경륜의 새 역사를 써나가는 일이다. 원조 선행 대장의 노장 투혼을 기대한다"고 응원을 보냈다.
장보규는 지난 11회차에서는 후보 선수였기에 실전 경기를 치르지는 못했다. 빠르면 이번 주 12회차(3월 21~22일)에는 선발급 무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