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방송 작가님께 전화를 받았을 때 들은 질문입니다. 작가님이 또 물어봤어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되물었죠. “그럼 작가님은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랬더니 잠깐 멈칫하시더니 “아… 그러게요. 그거 어려운 질문이네요” 라고 하셨어요.
한국에 처음 온 건 2010년이고, 이번엔 쭉 산 지 5~6년째인데, 이제는 한국이 그냥 ‘집’이라서 뭐가 특별한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엔 다 신기했죠. 문화도, 음식도, 생활도. 하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사는 동네고, 일하고, 친구 만나고, 국밥 한 그릇을 시원하게 때리는 공간일 뿐입니다. 오히려 특별한 점을 못 느끼게 된 지금 이 감정 자체가 더 특별하지 않나요?
어느 순간부터 국뽕 없이 한국을 말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걸 느꼈어요. ‘외국인’으로 살아남으려면 뭔가 특별한 시선이나 감탄을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분위기. 하지만 전 이제 그런 시선이 없습니다. 노트북을 카페에 두고 화장실 가도 되는 거, 길에 지갑이나 핸드폰을 놓고 나와도 돌아올 확률이 높은 거…. 이제 그냥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상이에요.
그런데도 아직 가끔 듣습니다. “한국말 정말 잘하시네요!”, “젓가락 잘 쓰시네요!”, “우리나라 음식 입에 맞으세요?”
그럴 때마다 기분이 묘합니다. 제가 느끼기엔 저는 더 이상 ‘외국’에서 온 사람도 아니거든요. 성인 되고 나서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 가장 오래 살았는데, 이제 제 고향에 가더라도 오히려 더 낯선 느낌이 듭니다.
호주에 있는 17살 우리 강아지, 검비가 이제 건강이 안 좋아져서 며칠 전 호주에 다녀왔는데요. 제 고향인 시드니에서도 전 ‘외국인’ 취급을 받았어요.
이제 호주에서 국민건강보험도 없고, 투표권도 사라졌고, 사람들이 제 발음을 듣고 “미국에서 왔어요?” 물어봅니다. 제 친구들조차 “너 많이 변했다”고 하면 참 이상하다고 느낍니다.
그럼 나는 어디에 속하나요?
한국에서는 ‘외국인’이고 호주에서는 이제 ‘호주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듣습니다.
저는 그냥 한국에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콘텐츠를 만들고, 지하철 타고, 편의점 가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 명의 ‘국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국인’은 아닐지라도요.